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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례 - 상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4.1
621페이지, 23줄, 27자.
도쿄 도청의 촉망받는 공무원이 과장 승진 직후 판타지 소설을 쓰기 위하여 사직합니다. 작업실로 아파트도 하나 구했고요. 덕분에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합니다. 400자 원고지 5000매를 다 쓰고 교정까지 본 다음 출판사가(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출판사의 하청업체가) 파산하였다는 말을 듣습니다. 정식 계약서가 없는 상황이므로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스즈키 마사히코는 당시 브로커였던 야구치 마코토를 길에서 만나자 잡아서 자기 사무실로 데려갑니다. 진상을 알게된 마사히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둘은 종교를 하나 만들기로 합니다. 원래 썼던 게임북 [구게 왕국의 비법]을 차용해서 불교적인 색채가 있는 새로운 종파 "성천진법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카리스마가 있는 마사히코가 교조가 되고 야구치는 교법사가 됩니다. 둘은 일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상담을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호응이 있자 현실에서의 집회(이들은 좌회란 용어를 사용합니다)도 엽니다. 우연한 기적이 몇 일어나서 세력이 늘어나고 역시 돈이 되는 사업가가 관여하게 되면서 크게 부흥합니다. 그러자 역시 신흥종파였던 혜법삼륜회의 에코 호주가 나타나 기존의 기울어져가는 작은 종파를 하나 살 것을 제의합니다. 거절하자 보복이 잇따르지요. 당시엔 옴 진리교 때문에 새로운 종파의 종교법인 등록이 어려운 시점이었습니다. '사업으로써의 종교'가 이 책이 내세우는 설정입니다.
중간중간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느낌과 심정 등이 표현됩니다. 창시자의 생각보다는 여기에 참여하는 신도들의 생각에 의해 색깔이 정해지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교의에 대한 바탕이 없으니 신비주의로 가자는 등 읽다 보면 곳곳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2권까지 읽어야 정확하게 판단이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재미로 읽을 만합니다.
120616-120616/1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