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3.5

 

275페이지, 25줄, 27자.

 

원제는 '머리가 없는'이란 뜻이네요. 한글 제목은 내용하곤 좀 안 맞고요.

 

본문에 자주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현대판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뇌사자의 몸과 거의 머리 부분만 살아 남은 사람을 결합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는 21세기 후반부로 추정되기 때문에(심장 이식이 1967년이네요. 100주년이라면 이렇게 될 겁니다) 의학이 더 발달한 상태입니다. 이식거부에 대한 억제가 잘 이루어지고 또 재생도 훨씬 발달한 상황이니 소설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겠네요.

 

작가는 여기서 의학적인 면을 뒤로하고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강화하여 몸과 뇌 양쪽에 영혼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인격이 대립하게 됩니다. 접합부분에서의 면역 거부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간부(접합부)는 키메라적인 상황이 되어 있으므로 (사실 거부는 접촉한 면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면역체계가 거부하는 것이니 주요 단백질을 생산하는 몸통이 머리를 공격/파괴하는 형식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설정했습니다. 그냥 넘어갑시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인격이 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몸 자체에 인격을 부여했기 때문에 게로 폰 후텐의 머리와 요제프 메치히의 몸은 서로가 좋아했던 것에 대하여 집착이 강합니다. 즉, 게로의 머리는 아내 이본네를 사랑하지만 몸은 전 애인이었던 리타 지몬을 사랑합니다. 즉 성교는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리타와 하고 키스는 이본네와 하기를 좋아하는 것이죠. 의학적으로는 잘못된 것이지만 소설가의 상상력은 항상 현실을 뛰어넘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합시다.

 

이렇게 한 개체내에 두 인격이 있으며 융합을 촉진하는 환경에서라면 새로운 인격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각인효과(수술후 게로/요제프=요게르가 처음 본 사람이 장기이식 길잡이로 일하는 레나-마리아 크라프트 박사입니다.)까지 결부되니 새로운 인격체는 몸이 거부하는 이본네도 아니고, 머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리타도 아닌 레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물론, 레나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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