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 지음, 이동일.이동춘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3.5

647페이지, 30줄, 34자.

일전에 읽은 영국편 세계민화에 소개된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네요. 결국 그 책이 이것을 축약해서 실었다는 말이겠지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처럼 이것도 당시에 구전되던 이야기를 모았을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긴 중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니 완성을 못 보고 죽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30명이 이야기를 갈 때 두 개, 올 때 두 개 하기로 설정된 것인데 24편만 실려있으니 완성되었더라면 이 책이 5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네요. 전에 읽었던 [레미제라블]이 26줄인가에 27자였던 것 같은데 2500페이지가 조금 못 되었습니다. 그런 크기라면 4천 페이지 급인가요? 버튼의 [아라비안 나이트]나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버금가는 양이군요. (아니 버금가는 양이 될 뻔했네요)

이야기는 조각으로 나누어지는데, 그건 앞뒤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이어받는 말이 있는 것들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각 조각들 사이에는 연결점이 언뜻 보아서는 없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초서가 평생 썼던 이야기나 모았던 이야기를 재구성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원래 운문이었다고 설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하나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을 것 같네요. 산문이었다면 몇 년만에 다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데카메론은 의도적으로 유사한 이야기를 하루의 주제로 정해 통일성을 기했는데(또는 반복적인 이야기에 그쳤는데) 캔터베리 이야기는 다양한 직업을 갖는 화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때로는 음탕한 이야기를, 때로는 비방하는 이야기를, 때로는 설교를, 때로는 옛 이야기를 두서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이질은 좋은 편인데, 글자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활자는 좀더 굵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종이를 바꾸든지. 무거운데 비하여 반양장입니다. 뻣뻣한 종이라면 제본이 부러졌겠지만 종이가 낭창낭창하여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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