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4.0

330페이지, 22줄, 25자.

원제는 gene waltz인가 봅니다. 번역을 하면서 내용에 맞게 제목을 고친 듯합니다. 원제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한글 제목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보자면 소네자키 리에는 데이카 대학 의학부 산부인과 교실의 조교입니다. 같은 교실의 기요카와 부교수(부교수라고 번역했지만 아마 원문엔 조교수로 나와 있을 것입니다. 일본엔 부교수라는 직위가 없으니까요. 우리 나라엔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라는 직위서열이 있지만 일본은 교수-조교수-강사일 것입니다. 미국엔 교수-부교수-강사였던 것으로 압니다. 우리 나라는 외국의 것을 이것저것 받아들여 나름대로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요. 일본식 교실 제도와 미국식 전문의-의국 제도가 공존하는 것도 그렇습니다.)와 함께 마리아 클리닉이란 산부인과 의원에 출장 진료를 나가다가 점차 조여오는 제도권의 영향으로 이젠 홀로 1주에 한번 나갑니다. 의원의 원장은 폐암 말기여서 곧 문을 닫을 예정인데, 마지막 환자(임부)가 다섯 있습니다. 리에는 쌍각자궁이여서 자궁적출술을 받았습니다. 난소도 하나 같이 제거했었는데 그게 실마리네요. 이야기는 한두 달 간격으로 두 기관(대학과 의원)을 비슷한 시기에 조망하면서 진행합니다. 산과의 산전진찰이 보통 한 달에 한 번 있으니 타당한 설정입니다. 그러면서도 제도의 문제점을 수시로 들춰냅니다. 일본의 체계는 우리보단 나은데 그래도 그 구성원은 불만인가 봅니다. 하긴 우리가 워낙 엉망이여서 일본이 나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차이점은 우리 나라의 의사는 이런 문제를 소설을 빙자한 책으로 펴내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 저자의 주장은 리에의 발언에 나타납니다. "법률이 현실을 왜곡시킨다면 그 법률을 따라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죠."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하던 것과 비슷하네요. "악법은 법이 아니다. 악법은 악법일 뿐이다." 비록 대리모 이야기에서의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자면 대리모 건은 표면상 기술이고 실제는 위에 나온 대화가 실체로 보입니다. 대리모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게 순기능을 갖는 사회에서는 임신이 문제가 되는 생물학적인 부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역기능을 갖게 된다면 착취당하는 사람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SF를 비롯한 책들에서 보이는 '아기생산기계' 말입니다. 장기이식은 기증에 의한 것을 선진사회에서는 고수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장기매매 또는 장기 적출을 위한 살인/납치 등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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