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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비밀 생활
수 몽크 키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3.8
415페이지, 21줄, 26자.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출소녀의 양봉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겠지요.
주인공 릴리가 14살을 맞이하기 직전에 시작하여 몇 달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벽에서 벌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실제인지 상상인지는 불명확합니다. 보고 들은 사람은 오직 릴리뿐이니까요. 아무튼 릴리는 아버지(테렌스 레이)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어렴픗한 기억으로 4살 때 집을 나가려는 엄마와 아버지 간에 싸움이 있고 또 총이 떨어지고 릴리는 줍고, 총격소리가 나고 엄마가 죽었습니다. 그 뒤 걸핏하면 거칠게 빻은 옥수수 가루 위에 무릎을 꿇는 벌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집은 아마도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듯. 로잘린이라는 흑인여자가 가정부로 들어와 릴리를 보살피며 살아왔습니다. 10년이 지나 1964년이 되고 7월 2일에 공민권법이 발효됩니다. 흑인차별이 공식적으로는 철폐되는 것이지요. 로잘린은 참정권 등록을 하러 간다면서 나갔다가 백인 신발에 침을 부어서 구타당하고 수감됩니다. 릴리는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같이 수감되었다가 아버지가 와서 풀려납니다. 가출을 이미 결심하고 있던 릴리는 로잘린을 병원에서 빼돌려 달아납니다. 어머니가 갖고 있던 흑인성모사진에 기록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티뷰론이란 지명을 향해 가지요. 한 가게에서 그 상표가 붙은 벌꿀용기를 보고 오거스트 보트라이트를 찾아갑니다. 오거스트에게는 동생 메이와 준이 있었고, 에이프릴은 오래 전에 죽었다고 합니다. 메이는 약한 심령을 갖고 있었기에 슬픈 소식을 들으면 '오, 수잔나'를 부르면서 내부로 침잠합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본 떠 담을 만들었습니다. 오거스트에게 거짓말을 하고 함께 기거하면서 양봉을 배웁니다. 사실 오거스트는 릴리의 엄마 데보라 폰타넬의 유모로 있었기 때문에 알던 사이이고 릴리를 보고 어린 데보라가 보였기 때문에 거짓말을 알고도 받아들이고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입니다. 수신자부담 전화로 아빠와 전화를 한 다음 그 기록으로 쫓아온 아버지에게 릴리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오거스트의 벌꿀 농장에서 일을 돕는 재크(역시 흑인입니다)를 사랑하게 된 릴리는 함께 사는 꿈을 꾸면서 티뷰론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절반 가까이는 꿀벌 치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본래 이야기를 접목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전형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특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릴리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심리는 릴리가 파악한 것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본심인지는 불확실하고요. 원래 인간 세상은 자신이 파악한 남의 심리를 임의해석하면서 진행합니다. 불공평한 게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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