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
데이비드 니콜스 지음, 박유안 옮김 / 리즈앤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3.4

언뜻 보면 엠마 몰리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게 아니라 덱스터 메이휴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작가가 남자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각 챕터는 1988년 7월 15일부터 매년의 7월 15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 날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딱 그 날짜는 아닙니다. 사람은 1년 중 하루만 사는 게 아니라 365일이 쌓여서 일년이 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덱스터 메이휴는 졸업식 직후 엠마 몰리와 하루밤을 같이 잡니다. 몇 번의 기술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성교를 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나중에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한 덱스가 참석한 여자 동창들을 보면서 자기랑 잔 숫자를 헤아릴 때 '5이군, 엠마를 포함하면 5.5명이야'라는 식으로 중얼거립니다. 즉 둘은 벌거벗고 또 꼭 끌어안고 잤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런데 왜 하루냐고요? 에필로그처럼 나오는 뒷부분의 1888년 7월 15일 이야기를 보면 책 내내 보이는 망설임 -엄밀하게 말하면 선택이지요.-을 하다가 선택한 일정이 나옵니다. 그래서 하루입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15년간의 우정과 애정이 이어지므로 하루라는 제목이 탄생한 것입니다. 조연격인 남자로는 이언 화이트헤드가 있고, 여자는 수키 메도우즈와 실비 코프가 있습니다.

이쁘게 생겼고, 학위를 둘이나 받은 여자가 식당일하는 것은 잘 상상이 안 갑니다. 아마도 여자의 정치적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건달 남자의 여행행각과 여성 편력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남자의 편력 못지 않게 여자의 남성편력도 전개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연인과 데이트할 때 같이 갖는 행사처럼 이 서양 사람들은 성교를 하네요. 성교를 성적인 교제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엠마의 마지막이 허망한 것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삶이 목표없이 떠밀린 것을 감안한다면 합목적적인 종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실비와의 딸 재스민에게 덱스가 19년 전의 추억을 밟으면서 흘리는 감정은 늙은이에겐 일상적인 것인데 젊은 사람에겐 무의미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각 장마다 위치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좋았습니다. 원작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르는 지명을 안고 진행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요.

101014/101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