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3.0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랍니다. 장소, 인물 등이 교체되었고 내용도 일부 바뀌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웃집 소년'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따라서 타인의 심리를 알 수 없고, 제한적으로 관찰된 사실만 보여집니다. 물론 이를 보강하기 위하여 직접 목격자가 전해주는 말이 끊어진 고리를 완성시키는 구조죠.

줄거리를 보자면 데이비드는 어느 날 개울가에서 아름다운 소녀를 하나 만납니다. 동네에서 처음 보는 아이니 다른 데서 왔겠죠. 이름은 맥(매간) 로닌이고 동생 수전과 함께 친척인 챈들러 씨댁에 머물러 온 것입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수전도 크게 다친 뒤입니다. 챈들러 씨는 (루스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달아났고 아들 윌리(윌리엄), 도니(도날드), 우퍼(랄프)가 루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도니와 윌리는 쌍둥이이고 데이비드는 도니와 아주 친하기 때문에 자주 들낙거리던 집입니다. 데이비드는 루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죠. 도니의 엄마이기도 하고. 하지만 맥은 루스에 대해 '특이하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좋은 의도로 그러는 것이겠지만' 이란 말도 뒤따르고요. 좁은 동네이다 보니 또래들끼리 장난을 치는 것은 예사이고 가끔 여자애들도 골탕 먹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스는 데이비드가 있는 중에도 맥에게 험한 소리로 야단을 칩니다. 우퍼는 첫 소개가 개미들에게 지렁이를 던져주고 관찰하는 것이니 성향을 미리 보여주는 작가의 친절을 볼 수 있습니다. 루스의 권위에 기대 아이들은 나이가 더 많은 맥에게 감히 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차차 하게 됩니다. 루스가 몸에 손을 대는 것은 금지한 상태였지만 의도적인지 또는 방치한 것인지 모르지만 점점 육체적인 고통이 가해집니다. 결국 손을 묶어 매달기와 그 상태에서 옷을 벗기기, 뜨거운 물로 샤워시키기, 부정하다고 불로 태우기, 칼로 찌르거나 긋기, 소독한다는 이유로 담배불로 지지기 등을 거칩니다. 그 사이 맥은 경찰관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무시당하고 평소 듣던 말 '경찰은 말뿐이지 절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아'를 재확인하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탈출시키려다 실패하고 탈출에 실패한 맥은 강간당하고 가슴에 낙인(문신)까지 찍히게 됩니다. 그리고 불확실하지만 음부를 불로 지짐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는 이런 행동에 반항하다 같이 갖힙니다. 그리고 맥이 죽은 다음 어른들이 경찰과 함께 나타납니다. 데이비드는 루스의 손가락에서 맥이 갖고 있던 맥의 엄마 반지를 발견하고 루스를 떠밀어 죽게 합니다. 경찰관 제닝스는 다 보았지만 전에 맥이 자신에게 루스의 만행을 말했을 때 무시한 죄가 있기 때문에 '애가 갖혀있느라 힘이 없어 비틀거려 발을 헛디딘 것 같다'고 말하여 제2의 살인 사건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훗날 데이비드는 우퍼가 다른 애와 함께 소녀 둘을 강간하고 방화하여 죽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어머니의 유류품에서 발견합니다.

권위 있는 사람의 힘을 빌릴 경우 사람은 죄책감 없이 잔인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여러 번 실험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회색 코트의 사나이' 이론입니다. 원 사건에서 또는 이 소설에서 범죄에 동참한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있는 셈이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정신병이 있다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따지고 들면 '일종의 정신병'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이 잔인하게 변하겠습니까? 그 '정신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모든 범죄자가 다 그 '병'에 걸린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니까요. 연약한 상대에 대한 심술도 일종의 정신작용에 의한 것인데 그게 조금 더 커지면, 정말로 '조금' 더 커지면 다치게도 하고 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칼을 피부에 대는 것이 미약한 이상이라고 한다면 피부를 관통하는 것은 약간 이상한 것이고, 근육이나 그 이상 들어가는 것은 '이상한' 것이잖습니까? 생각만 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닙니까? 어느 순간부터 '정신병'으로 공인하고 그 이전엔 '통제가 안된 상태이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루스에 대한 묘사는 아이들이 맥을 고문하는 도중에 그것을 구경하면서 자신의 가슴이나 회음부를 더듬고 문지르는 것 정도만 (데이비드의 눈을 통해) 보입니다. 동시에 주변에 대한 통제(청소 등)가 느슨해지는 것도 있고요. 루스가 정신병 환자일까요? 자기 통제가 조금 안된 사람일까요? 특이한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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