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들
아일린 페이버릿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3.3

처음에는 기발한 착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많이 꼬이는군요. 소설속 주인공이 실체화되는 것이야 '구성상' 그럴 수 있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페넬로페(페니) 엔트휘슬이란 13살짜리 여자애의 엄마 앤마리 엔트휘슬(32살입니다)이나 그레타 아줌마(대략 45살)이 겪는 일을 보면 복잡합니다.

작가는 앤마리에게 이야기의 '여주인공들'이 온다는 식으로 독자를 유도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이 아닌 장소 '홈스테드'에 오는 것입니다. 비록 앤마리가 5살인 때 처음으로 나타났고 그 후에도 계속 오지만 18살인 앤마리에게 나타난 것은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캐서린 언쇼뿐만 아니라 히스클리프도 있고, 게다가 둘은 앤마리가 홈스테드에 오기 전 그 장소에 있던 그레타 앞에 나타납니다. 13년 뒤 데어드르를 쫓아온 코노르도 남자 주인공이니 예외(여주인공이 아닌 증거입니다)가 되겠네요.

페니는 데어드르를 질투하여 숲으로 나왔다가 코노르에게 잠시 잡히고 경찰에 신고한 엄마 덕분에 강간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사악한(!) 의사 켈리에 의해 정신병동에 갖힙니다. 결국 친구 앨비에게 연락하여 앨비의 유도로 정신병원에 찾아온 코노르와 함께 탈출합니다. 마지막에 앤마리가 데어드르를 경찰을 통해 내어주고 딸을 되찾는 것이 줄거리인데 설정상 하자가 많습니다.

주인공들이 제마음대로 나타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해도 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면 왜 이야기가 바뀐다고 생각을 해야하죠? 앤마리가 알고 있는 세계에서는 변경이 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미 불변의 사실(소설)로 정착된 것인데요. [비애의 데어드르]는 또 어떻고요. 앤마리는 홈스테드를 운영하여 먹고산다고 되어 있는데 여주인공들은 왔다가 그냥 사라지죠. 물론 체재하는 동안은 물질을 마구 써버립니다. 대부분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오만하거나 도도하고 또 풍족한 삶을 누리니까요. 다른 손님 이야기는 전혀 없으니 (비록 작가로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 즉 어떻게 먹고사느냐가 걸립니다. 그런 여주인공이 하나만 나타나도 이미 숙박중인 손님들하고 분쟁이 일어날 텐데요. 실체화되어 유전자를 현실 사람들에게 마구 뿌리는 상황도 적절하지 않습니다.(젊잖은 표현이죠? ㅎㅎㅎ 페니가 실체화된 남자주인공의 딸이라니...)

지나친 간섭을 하는 사법체계이나 의료환경은 아마도 1973년이라는 시대설정으로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요즘은 그렇게까진 안하지만 당시엔 그게 일면 자연스러웠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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