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 - 지만지고전천줄 183
프란츠 퓌만 지음, 박신자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3.3

현대 독일어로 개작한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면서 발췌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줄거리만 전달하는 셈입니다. 내용상 숫자의 부풀림이 심합니다.  뭐 그런 것이야 전설을 다루는 노래나 시에서는 흔하니 넘어가야겠지요.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네덜란드의 지크프리트 왕자는 부르군트의 보름스 성의 공주 크림힐트를 얻기 위하여 그 오빠 군터가 아이슬란트 이젠슈타인의 여왕 브륀힐트와 결혼하도록 도와줍니다. 브륀힐트는 처녀일 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터는 감히 상대할 수 없었지만 지크프리트가 알베리히에서 빼앗은 모자 달린 외투의 힘으로 제압해 준 덕에 간신히 브륀힐트의 처녀성을 깨뜨립니다. 대신 크림힐트를 지크프리트에게 줍니다. 브륀힐트는 크림힐트를 초청하였다가 언쟁이 벌어지고 그 내막을 알자 지크프리트를 죽이고자 합니다. 군터의 부하 하겐이 적극적으로 나서 크림힐트로부터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알아낸 다음 죽입니다. 그리곤 니벨룽겐의 보물도 훔쳐내어 라인강에 버립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훈족의 왕 에첼이 크림힐트를 신부를 맞이합니다. 아들을 낳았고 오르틀리프(오르트빈)입니다. 복수를 위해 오빠 군터와 하겐을 초청하는데 하겐은 만 명이나 되는 부하를 거느리고 가자 합니다. 결국 죽이고 죽는 혈전이 벌어져 모두 죽게 됩니다.

20여 년 전에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본 것은 아니고 TV에서 하는 것을 다른 일을 하다 부분적으로 보았는데 이 책보다는 영화가 더 자세하고 이야기에 충실합니다. 사실 책대로 하자면 나이가 좀 안 맞지요. 예를 들어 지크프리트와 크림힐트가 결혼한 지 20년만에 다시 보름스로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가 살해된 다음 4년 뒤에 보물들을 옮겨오게 했고, 빼앗긴 후 13년만에 에첸과 결혼을 합니다. 37년이지요. 다시 에첸과 13년을 지냈으니 50년입니다. 10살(?)에 지크프리트와 결혼을 했다고 치더라도 60살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 우테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군터는 크림힐트가 결혼 전에 이미 왕이었으니 한참 연상이겠네요. 우테는 몇 살일까요? 하긴 뭐, 지크프리트가 실붕과 니벨룽의 보물을 니벨룽겐인에게 맡긴 게 천년 전이라고 하니 더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야기가 모두의 파멸로 가는 이유는 세 사람 때문입니다. 등장순서대로 하자면 '고운 자태와 덕성과 기품이 넘치는' 크림힐트, '검증된 투사' 하겐 폰 트레네,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힘이 센' 브륀힐트.
먼저 브륀힐트를 봅시다. 할 말은 있습니다. 사기를 당해서 결혼상대가 못되는 군터와 결혼을 했지요. 비록 처녀성은 군터에게 줬으나 원래 연모하는 마음은 지크프리트에게 있었는데 그가 신하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또 실제로도 (크림힐트를 얻기 위하여) 군터를 도와 자신을 꺽었으니 화가 납니다. 크림힐트는 자신의 남편을 자랑하고 있었을 뿐인데 브륀힐트가 모욕을 주니 자신도 더한 모욕을 준 것이죠. 두 여자의 질투로 몇 만 명이 죽네요. 하겐은 뚜렷한 동기가 없습니다. 책이 너무 간략한 연유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불확실합니다.

이야기 자체에 숨은 진실들이 꽤 됩니다. 그것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그 외에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초판 1쇄로써 300부 한정판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공공도서관에 한정판이 흘러들어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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