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가든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비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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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여름, 이탈리아 피렌치 인근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1958년이면 1945년에 끝난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겨우 13년이 지난 때입니다. 그렇지만 글 중에서는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사이의 갈등 같은 것은 전혀 안 보입니다. 2007년에 지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이탈리아인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대학에서 예술사학을 전공한 애덤은 졸업논문의 주제로 15세기 이탈리아 정원을 선택하라는 지도교수 크리스핀 레너드 교수의 추천을 따라 이탈리아 피렌체 남쪽 투스카니 산자락의 저택에 있는 정원을 분석하게 됩니다. 글 중에 도치 여사와 마리아의 대화가 간혹 삽입되어 있으면서 이야기를 신비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의도가 보입니다. 화자들이 누구인지는 첫 대화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몇명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펜시오네 아모리니의 파넬리 부인이라든지 비록 이마에 흉터가 있지만 도치 여사의 외손녀인 안토넬라 등입니다. 미국 소설답게 둘 다와 육체적으로 엮입니다. 중간중간에 쓸 만한 문장들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7면에 나온 내용을 봅시다.

"젊은 사람들의 일이라면 뭐든 못마땅해하는 게 나이든 사람들의 의무야."
"그런가요?"
"우리가 못마땅해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반항할 데가 없고 그러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 했어요."
"앞으로도 하지 마. 너는 더 좋은 것들을 생각해야지."

등입니다.

각설하고 정원을 분석한 결과 설계를 맡긴 페데리코 도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 플로라 본파디오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정부와 함께 죽인 다음 30여년이 지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 자신의 비밀을 이 정원에 베푼 것입니다. 그래서 각 조각상이나 그림 등의 구조물이 갖는 상관관계가 그 비밀을 푸는 열쇠입니다. 배경은 단테의 신곡이고요. 그전에 연구했던 사람들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해설책으로 삼았습니다. 동시에 1945년에 일어난 도치 여사의 큰 아들과 둘째 아들 간의 다툼도 다루어집니다. 재산(유산)을 노린 둘째에 의해 큰 아들이 죽은 것입니다. 제 3자에 의해 이것이 파헤쳐지기를 바란 것이었죠. 도치 여사의 안배에 의해 파우스토라는 인물이 방향을 암시하는 말을 흘리고 또 위기의 순간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애덤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에밀리오가 레너드 교수와 도치 여사 간의 사통에 의한 사생아임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물론 아는 사람은 도치 여사뿐입니다. 오해에 의해 안토넬라와 파국을 맞이할 뻔도 했지만 아주 간단한 해명에 의해 오해가 풀어지는 것은 저자가 그것을 주요주제로 넣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것입니다. 

(2009년 10월 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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