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에 떨어진 꽃잎 VivaVivo (비바비보) 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레아 카우프만은 중국에서 태어나 독일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함께 사는 아이이다. 16살이 되던 해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아버지가 어설프게 보관한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되어 생모를 만나고 싶어한다. 그리움이 아니라 원망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일부의 중국과 다른 사실들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중국의 일부 정책에 대해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별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즉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사실이 주로 부각된다. 그렇다고 중국의 정책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책 중에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옹호하는 입장에 서게 된 레아의 몇 가지 발언은 철학적이다. 개인의 생활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단체(사회)의 입장이 더 강조되는 것은 설득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작가는 실제로 중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들추지만 이번에는 현실적으로 입에 담기 힘들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즉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독자로서 보자면, 단순화할 경우 이는(레아의 반응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용량을 넘어섰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 불과하다. 즉 레아는 16살이고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이다. 그런데 섣부르게 -자신을 쓰레기처럼 비닐봉투에 담아 버린- 생모를 만나 원망을 늘어놓고 싶어하는 응석을 부린 것이다. 할머니가 그것을 지지해줌으로써 양부모는 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레아가 원했던 진실은 더 가혹했다. 자신의 언니는 아빠에 의해 강물에 던져졌고, 자신은 엄마에 의해 강물에 던져지지 않기 위해 처음보는 외국인에게 '쓰레기처럼 봉투'에 담겨 건네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생부와 생모 옆에는 아들이 있다.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반대파 학생들의 주장은 어떤 면에서는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경우에는 1가구 1자녀를 취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이라도 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나는 남의 이야기이므로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 그런 정책이 가해졌다면 반발했겠지만. 원래 일이라는 것은 당사자와 제삼자 간에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법이다. 다시 돌아가서 레아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사리를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과한 상황에 맞부딪힘으로써 좌초하고 만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어른처럼 대응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살아온 세월이 성숙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레아의 경우는 극단적이다. 나이도 어리고, 지금까진 (인종문제의 경우)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고, 중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레아에겐 벅찬 상황임을 공감할 수 있다. 실제로는 애매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작가는 다른 목적으로 이 글을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독자는 나이고,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말할 뿐이다. 

(2009년 9월 2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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