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2년 전 열심히 선전을 했던 책입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빌려왔습니다. 만만치 않은 양(본문 마지막 페이지가 533이고 서평 등을 포함하면 555입니다)에 얼핏 보기에 프로이트와 융 등이 다뤄지기 때문에 부담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일은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작가는 어떤 여자가 죽는 것처럼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 곳곳에서 작가는 (번역가가 그렇게 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출판사에서 손을 안 보았다면 작가로 믿어야겠죠) 독자들에게 잘못된 해석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장면이 독자들에게 여자의 죽음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게 만듭니다. 덕분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로 출발합니다. 요즘 소설답게 여러 관점으로 돌아가면서 병행하는 듯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곤도가 높아지죠. 작가에게는 (글을 이끌어 나가기) 좋은 흐름이고 독자에게는 피곤한 흐름입니다.

어떤 리뷰어들은 추리소설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그냥 소설입니다.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를 속이는 것은 추리소설에서 허용되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오해를 한 독자에게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거짓을 보여줘서 독자를 속이는 것은 추리소설을 벗어납니다. 그냥 소설이지요. 그래서 이것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저자는 법을 전공했고, 프로이트와 셰익스피어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 소설에서 잘 써먹고 있습니다. 트릭처럼 보이는 것은 허망합니다. 너무 작위적이니까요. 게다가 흥행을 위하여 주인공이자 희생자로 극중 최고 미녀(그것도 미성년자)를 내세웁니다. 한 달 동안 자신의 아파트를 몇 번이나 방문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나중에 보면 클라라의 설득에 의한 연기라니... 휴겔의 정체성도 불확실합니다. 첫부분에 영거가 브릴과 함께 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번역자는 동료 '외과의'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본문을 보면 분명 정신분석학자니 외과의는 아니죠. 그래서 처음부터 번역에 의혹을 가지고 독서를 출발했습니다. 판이 바뀌면 다른 단어로 바뀔까요? 

(2009년 9월 2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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