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 :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4
장재화 지음, 김형연 그림 / 나라말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씨전을 현대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때로는 감상을 방해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여서 제가 30여 년 전에 읽었던 것과 기술이 조금씩 다른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습니다. 이 책 자체로 보아서는 큰 흠이 없겠지만 제 기억 속의 작품과 이 작품이 다르다는 게 흠이 되는 것이지요.

박씨전이든 전에 읽었던 홍길동전이든 전래동화는 뒤집어서 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오래 전해져 내려왔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일부가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박씨전은 현실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이시백이라든지 인조라든지 호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임진록처럼 상상의 날개를 더 크게 펼치지 않은 이 작품은 한계가 이미 있는 출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들은 다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는데, 보통 지나치게 과장을 하다보니 막상 활용할 기회가 없이 버려지기도 합니다. 이시백도 장원급제를 하는 것 외에는 별 실력 발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관임에도 칼을 휘둘러 왕의 피난길에서 혈로를 개척하기도 합니다만.

박씨 부인도 자기집 안마당에서만 활동하는데 그치고 맙니다. 그나마 다른 사람을 부려서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또한 둔갑술(도로 용모를 찾은 것이라면 둔갑술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으므로 아마 첫 지은이의 지적 한계일 것입니다)을 펼쳐 뛰어난 용모를 갖추기 전에는 시아버지의 지원밖에는 못 받았었죠.

신출귀몰하는 재주도 현실의 장벽에 막혀 어쩔 수 없이 하늘을 탓하면서 접고 마는 게 이런 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의 공통적인 한계입니다. 오래전 작품이라 그런 면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게 현대작품과의 차이점입니다.

많은 오래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에 대한 칭송이 지나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인데 이는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평범하고 못생기고 재주 없는 주인공이 벌리는 이야기라면 별로 기대할 게 없겠죠. 그래서 서양 이야기의 공주들은 모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왕자들도 미모나 재산이나 무예를 뽐냅니다. 그 능력을 별로 활용할 곳이 없다는 것도 비슷하고요.

이 시리즈가 좋다고 하여 먼저 한권을 산 것입니다. 그런데 제 취향은 아닙니다. 중간에 넣은 자료들은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약간 거슬리기도 하고 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애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2008년 6월 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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