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단백질 이야기 -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D. T. 맥스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신경근증의 하나를 앓고 있는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유사한 기전일 것이라고 믿어지는 프리온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글은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비록 사실을 다루기는 하지만) 이야기이므로 극적인 것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즉 원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치명적인 가족성 불면증(이하 FFI)을 뼈대로 하고 이보다 더 많은 정보가 넘치는 이른바 광우병을 주 내용으로 글을 이끌어 갑니다.

 글 전체에서 나온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프리온 질환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발병률이 아주 낮지만 인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연에 개입할 때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글이 쓰여진 2006년 이후에도 눈에 뜨일 만큼 큰 발전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나 심지어는 기전 자체도 불명확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의 자연스러운 반응, 즉 적극적이며 때로 위험할 수도 있는 방법을 동원한 대응이나 순응하고 남은 여생을 (덜 공포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대응을 책의 곳곳에서 꺼내놓습니다.

 80년대 초에 대학에서 배웠던 슬로우 바이러스는 후에 전문의 시험에서 -- 우리에게 나왔었는지 또는 우리 후배 대에서 나왔었는지 불확실하지만 -- CJD 등의 프리온 질환명을 암기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의 CJD가 그러했듯이 --책에 의하면 1920년대에 알려졌으나 곧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망각되었습니다-- (비록 전문 분야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질환은 동떨어진 주제였기에 다시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최근 쇠고기 수입에 연관되어 광우병 이야기가 회자되자 한국에서도 시의적절하게 2년 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이 역시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번역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글은 전반적으로 이야기로 쓰여졌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찾으려고 하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부터 읽기 시작한 사람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저자의 글에 이끌리어 계속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용된 내용들은 대부분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약간 프리온 질환설(가설이 아닌)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반박글이 짧게 인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FFI를 준용할 경우 다른 프리온 질환에서도 이형접합형은 동종접합형보다 저항성이 강하여 긴 잠복기를 가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 광우병(광우병 소를 먹고 병에 걸린 사람, vCJD)은 대부분이 동종접합형이었는데 이종접합형도 보고되어 있는 것은 다른 프리온 질환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당사자에게는 불행이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론에 맞추어 생각을 해보면 초기 수입반대 운동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광우병괴담 수준이라고 판단됩니다.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린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부가 옳으니 옳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선동'이 목적이라면 옳겠으나 '경고'가 목적이라면 해서는 안되겠지요. 영국 농수산식품부에서 한 행위와 미국 농무부의 반응은 비슷합니다. 이는 사건 자체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만 적극적인 의도였는지 아니면 관료 조직의 특성상 벌어진 수동적인 축소였는지는 각자 해석이 분분할 것입니다. 한명의 인간으로써 바라보기에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더 가벼운 예로써 교통경찰관에게 단속될 위기에 놓인 운전자들을 생각하면 됩니다. 달아날 가능성이 낮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경찰의 지시에 순응하여 차를세우지만 달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운전자들은 책임(즉 벌금 고지서)을 회피하고 달아나려고 합니다. 애들이 거짓말 하는 경우도 비슷한 것이고요. 관료 사회에서는 필요시 법률로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일면 상상이 가는 반응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초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시민 측의 반응은 과도하고, 정부의 반응 또한 이러한 질병(프리온 설이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에 대한 대처로는 부족합니다. 모든 반응에는 책에서 익히 본 것처럼 정치적인(그 목적 자체는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요) 이유가 곁들여지는 게 상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정권타도가 시위에 붙어있는 게 사실이고, 정부 측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유 외에 공개하기 힘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시위대가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가 앞으로 강화되어야 할 터인데, 먼저 만성소모성질환CWD에 해당하는 녹용문제(전세계에서 소모되는 녹용 및 녹각의 3/4이 우리나라에서 소모된다고 합니다)와 미국의 소처럼 우리나라 한우(토종 한우, 수입종 육우, 수입종 젖소가 다 포함됩니다)도 소수만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상이 아닌 상태에 있는 소들도 도축이 이루어진다는 것 등은 미국산 소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리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2008년 7월 1일 작성)

yes24서평으로 받은 책입니다.이쪽에서 받은 것을 저쪽에 금세 올리기는 뭐해서 보류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2009년 5월 25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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