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은 글을 쓴 이의 주장이 담긴 것입니다. 따라서, 읽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것이라면 배척하는 이가 적을 것인데 그런 것들은 이른바 과학적인 근거를 둔 것들에 한정됩니다. 예를 들어 수학 같은 분야.

진화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서술한 이런 책은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데, 저는 동의/반대의 차원이 아니라 독자로서의 입장만을 생각하여 보려고 합니다.

저자도 인정한 바와 같이 이런 저술은 한 사람이 쓰는 것이 여럿의 공저보다 효율적인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주 나타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지식/지혜가 다방면에 걸쳐 (독자적인 논조를 가진 글을 쓸 정도로) 뛰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30여년 전 중고등학교 때와 그 후 대학 때 이런 유의 책을 읽었을 때 읽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응용과학쪽의 전문분야를 하느라 멀리 해왔었는데 근래에 다시 시작한 독서의 열정이 마침내 이런 책을 읽게 하였습니다. 참고문헌을 뺀 본문의 양이 무려 686페이지에 달하며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이틀에 걸쳐 8시간만에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문명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것들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이용할 수 있는 동식물의 존재(환경), 2. 확산과 이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역시 환경), 3. 대륙간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역시 환경), 4. 각 대륙 내의 면적 및 인구(앞의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결국 환경에 연유한다).

저자의 주관심사가 진화인류학이므로 위의 주장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출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나름대로 훌륭한 저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비슷한 책들을 더 읽어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를 알 수 있겠지만 모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거리가 생겨 그 자체로도 만족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08년 3월 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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