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크놀프 일신서적 세계명작100선 49
헤르만 헤세 지음 / 일신서적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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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는 말했다.

"인간은 제각기 자기 자신의 영혼을 갖고 있어. 그리고 그것을 다른 영혼과 혼합시킬 수는 없지. 두 사람의 인간은 서로 가까이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협력할 수 있지만, 영혼은 꽃나무와 같이 제각기 자기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야. 어느 영혼도 다른 영혼이 있는 곳으로 갈 수는 없어. 다만 현재의 뿌리로부터 떨어질 때만 가능하지.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꽃은 서로 가까이 있고 싶어 향기와 씨를 내보내지. 그러나 씨가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기 우해서 꽃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네. 그 일은 바람이 할 수 있어. 바람은 자기가 좋은 대로 이쪽저쪽 마음대로 옮겨다니지."

그리고 크눌프는 다시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이야기해준 꿈 이야기도 아마 똑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거야. 나는 헨리에트나 리자베트에게 의식적으로 부당한 일을 하진 않았어. 그러나 한때 두 사람을 사랑하여 나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생각했던 까닭에,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어느 쪽도 아닌 채 꿈의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지. 그 양상은 나의 것이기는 하나 살아 있는 생생한 것은 아니지.
-206-7쪽

(이어서) 나는 부모에 대해서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네. 그들은 부모의 자식으로 내가 그들을 닮았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나는 부모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도 양친에게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인간이 되고 말지. 내게 중요한 것은 아마 모르긴 해도 나의 영혼이 분명한 데도 불구하고 양친은 이것을 지엽적인 것으로 일축하고 나의 젊음, 나의 방탕성 때문이라 여기시는 걸세. 그렇지만 나를 귀여워해주고 모든 사랑을 쏟아 날 사랑하시기도 하지.부친은 자식에게 코, 눈, 그리고 지력 등을 유전적으로 나누어줄 수는 있어도 영혼만은 어찌할 수 없네. 왜냐하면 영혼은 모든 인간 속에서 새로 탄생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20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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