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살인가 열 한살 때였다. 나는 아버지께 우리가 학교에서 읽었던 시에 대해서 물었다. 시의 한 줄이 이렇게 되어 있었다.
 "얼굴에 아직 성적 욕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젊은이."
 나는 너무 수줍어서 선생님께 그것이 무슨 뜻인가를 묻지 못했다.
 ----
 그래서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아버지 옆에 앉아 나는 불현듯 물어 보았다.
 "아빠, 성적 욕망이란 게 뭐예요?"
 아버지는 언제나 질문에 답하실 때처럼 나를 바라보시더니 놀랍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내 머리 위 짐칸에 놓인 여행용 가방을 들더니 바닥에 내려놓았다.
 "코리야, 이 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리겠니?"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일어나서 그것을 집어들고 비틀거렸다. 그 가방 안에는 그날 아침에 산 시계들과 부속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너무 무거워요."
 내가 말했다.
 "그래."
 "그런 짐을 어린 딸에게 들고 가게 한다면 참 못된 아버지가 되겠지. 지식도 마찬가지란다. 코리야. 어떤 지식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거야. 네가 더 나이를 먹고 더 크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게 되지. 지금은 내가 들고 가도록 하고 너는 나만 의지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만족했다. 단순한 만족 이상의 평안을 얻었다. 그 대답은 그것과 다른 모든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되었다. (pp4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