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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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하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련의 사건을 기술하였습니다.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 중에서 엘렌(일명 넬리, 하녀)이 종종 이야기 하지만 그녀가 생각(판단)했던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작가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 보통은 2중(즉 표면상 주인공인 록우드의 글 중에서 실제로는 록우드가 대화를 듣는 편이므로 말하는 엘렌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3중(이사벨라가 엘렌에게 쓴 편지를 엘렌이 록우드에게 읽어주는 장면)으로 먼 관점에서 글을 전개합니다.

저자는 히스클리프를 제거하는 방법에서 고민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록우드가 처음에 (캐더린) 귀신을 경험하도록 배치한 것 같습니다.

30 년 전에 읽었을 때에는 상당히 음침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읽은 것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닳고 닳아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여러 리뷰어가 말하는 사랑이나 복선은 별로 감흥이 일지 않고 히스클리프의 의도가 무너지는 것 자체가 일상적인 일이라는 데 눈이 갔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유한하다는 것을 가끔, 아니 자주 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의도대로 하고자 하지만, 세상이라는 것은 본인이 존재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지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책의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책이 좁으면 페이지당 수록되는 양이 크게 줄어듭니다.  회사가 어떤 의도로 이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13.2*22.5cm라면 상당히 비정형적인 판형입니다. 그래서 한 페이지당 25줄이 들어가지만 한글 30자 정도만으로 한줄이 형성됩니다. 문예출판사의 세계문학선이 15.2*22.4cm(25줄에 33자)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문예출판사는 좌우 여백이 좀더 많은 게 단점이지요)

페이지당 글 수가 줄어들면 페이지가 늘어야 합니다. 그래서 2-30년 전에 보았던 책에 비해 페이지가 1-20% 정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클래식에 있는 제인에어를 보면 23줄에 30자 정도여서 무려 800페이지에 달합니다. 과거의 책이 500페이지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페이지는 60%가 늘어난 셈입니다. 읽는 성과는 눈에 들어오는데 진도는 안 나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저를 슬프게 합니다.

아참, 제목을 익숙함이라고 한 것은 사람은 익숙해진 것을 자주 사랑하는 것과 혼동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히스와 캐시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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