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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명탐정의 제물>을 재밌게 읽어 관심을 계속 두고 있었다.
많이 읽지 않아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그의 재능과 관심사를 살짝 엿볼 수 있다.
기발하고 자극적이고 한계를 정하지 않는 설정 등이 시선을 끈다.
자신이 설정한 트릭을 위해 거침없고 잔혹한 모습도 보여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트릭의 연속은 잠시도 머리를 쉴 수 없다.
어떤 대목에서는 그가 설명해주는 이야기에서 길을 잠시 잃기도 한다.
이런 분야에 내가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모두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일본이 무대인 소설도 있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다룬다.
<최초의 사건>은 일본이 무대이자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동들이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그런데 이 아동들이 모두 같은 반 아이들이다. 뭐지? 왜?
여기서 명탐정이 되고 싶었던 소년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 사이에 아프리카의 한 나라의 외침과 침팬지 탈출 사건이 나온다.
서로 다른 지역과 상황, 명탐정이 되고 싶은 아이의 바람.
따로 진행되는 것들이 하나로 엮일 때 최초의 살인이 어떤 의미인지 드러난다.
<큰 손의 악마>는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류가 전멸할 위기에 처한다.
외계인들은 인간의 지능을 기준으로 자신들이 나눈 구역의 인류를 죽일지, 살릴지 정한다.
32일간의 인간 테스트는 계속 실패한다. 어떤 기준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인류가 편범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들을 외계인들이 나타날 지역에 미리 보낸다.
이 시도는 성공하지만 외계인은 부정한 방법이란 사실을 알고 그 구역 사람들 모두를 죽인다.
이 외계인에 의해 죽은 인류가 이미 십 수 억 명이다.
그런데 이 외계인을 물리칠 방법의 하나로 잔혹한 범죄자 기미코를 선택한다.
그녀가 이 테스트 인원에 포함되고, 요구 조건 중 하나로 이전 경찰의 참석이었다.
과거의 관계, 인류의 절멸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악마 같은 범죄자의 능력이 발휘된다.
외계인들의 정신 상태로 인간처럼 만들어 약간 작위적인 면도 있지만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은 일본 근대 사창가로 넘어간다.
처음에 야쿠자 조직과 다투는 사람과의 대결인가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상황이 펼쳐진다.
자신의 보스를 잘못 알고 죽인 야쿠자 다쿠조, 음모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달아난다.
그의 목적은 죽기 전 여자를 안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그런데 돈이 없다.
죽은 여자 나나코를 안으라고 말에 반감을 가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안는다.
그런데 그녀가 깨어나면서 그는 놀라 쓰러진다.
나나코가 죽었다고 생각했듯이 그도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나나코의 탐정 활동, 그 유곽을 떠도는 살인 예언과 죽음의 차를 먹이는 노파.
이야기는 엮이고, 꼬이고, 오해와 욕망 등이 뒤섞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모틸리언의 손목>은 아주 먼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다.
처음 모틸리언을 물리친 화자들이 인류의 후손처럼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그 정체가 드러난다.
모틸리언의 화석을 발굴해 부자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 일행.
그런데 이 시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다.
화석 발굴과 발견된 손목을 두고 추리를 펼치는 일행들.
그리고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류가 위기에 처한 과거의 이야기.
모틸리언과 화자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생각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화석의 죽음을 둘러싼 호기심은 다양한 추론과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수만년의 시간과 지진, 모틸리언의 복수심은 여운을 남긴다.
<천사와 괴물>은 1920년대 미국 유랑극단이 배경이다.
종교단체는 천사의 아이란 이름으로 예언하고 신앙 장사를 한다.
홀리는 머리 반쪽이 없는 아이고, 동생과 함께 프릭스쇼를 보러 왔다.
힘쎈 거인, 작은 여성, 쌈쌍둥이 등이 있는 이 쇼를 보고 자신의 외모를 보여준다.
이 쇼의 일원이 되어 동생과 함께 살고 싶은데 차 사고가 나면서 홀리는 죽는다.
홀리는 자신이 예언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프릭스쇼 단원들에게 예언을 적어 남겼다.
동생은 교회에서 도망쳐 이 쇼의 일원이 되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때 천사의 아이 교회의 목사가 나타나 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 쇼의 정상적인 아이 엠마가 밀실에서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추리하면서 예언을 인용하는 목사, 그가 밝혀낸 트릭.
하지만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
밀실 살인과 예언과 추리의 과정들이 잘 섞여 다양한 추론을 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