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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이다.
이 상을 탄 작가들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작가들이 누군지 묻는다면 당장 생각나는 작가가 없다.
하지만 이 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몇 번의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작가가 좋은 경험을 덧붙였다.
선의가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악의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은 그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삶의 뒤틀림을 그려낸다.
아버지의 사고, 실직, 아들 코이치로의 아르바이트, 불안정한 가족.
좋은 의도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아버지의 음주로 이어졌고, 문제가 일어났다.
늘 술에 취해 있는 지긋지긋한 아버지에게 벗어나기 위한 자금 8만 엔.
이 돈이 사라졌고, 경찰에게서 술에 취한 아버지를 모시고 가라는 전화가 온다.
이 돈을 술 마시는 데 사용했고, 남은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
눈 내리는 밤,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 가벼운 주먹에 넘어진 아버지.
이때 사라진 라이터, 눈 속에서 라이터를 찾는 아버지.
아버지가 내뱉는 코이치로의 여자 친구에 대한 성폭행 이야기.
폭발하는 분노, 살인 충동, 주먹질, 쓰러진 아버지를 눈 속에 방치한다.
죽기를 바라는 마음, 살인에 대한 두려움, 주머니를 뒤져 찾은 잔돈.
현재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살인범으로 잡히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다.
고등학생이고,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최대한 길게 버텨야만 한다.
미성년자이기에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도 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다 고등학생 무리에게 얻어 맞고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빼앗긴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공원에 머물고 있는 노숙자들.
갈 곳 없고, 경찰이 두려운 코이치로는 노숙자가 된다.
노숙자들의 도움으로 폐지와 캔 등을 모아 적은 돈이나 벌 수 있다.
젊은 그는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더 많은 캔을 줍는다.
하지만 이 일이 다른 지역의 노숙자와 갈등을 빚어낸다.
이해할 수 없지만 노숙자들의 세계에 머물기 위해서는 굽혀야 한다.
젊고 건강한 청소년은 다른 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용직 시장에 나가 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가 머물던 곳의 노숙자들은 대부분 적지 않은 나이라 힘든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이 수리한 자전거를 타고 인력 시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다.
하루 일하고 받는 돈은 1만 엔. 캔을 모아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금액이다.
노숙자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삶의 위치가 바뀐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젊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었을 때 또 다른 삶의 변화를 시도한다. 대단하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진 코이치로.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
자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성실한 노력들.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은 자신의 발전도 가져오지만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가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 위해 선택한 지도책.
이 투자를 통해 더 높은 생산성과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결코 살 수 없을 것이란 현실적 두려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찾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라이터와 지도책은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한 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 속에 평범한 일상이 주는 의미와 무게를 깨닫고 성장한다.
이 정도로 촘촘하고 끈기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라면 다음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