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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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대적 감각으로 전설을 호러로 다시 쓴 앤솔러지다.

여섯 작가가 참여했는데 낯익은 작가는 한 명이다.

추억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말해 더 눈길이 갔다.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호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 소속이다.

이 그룹을 여기저기에서 봤지만 솔직히 말해 잘 모른다.

이들이 택한 여섯 전설도 사실 잘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창귀’는 다른 장편 소설로 만난 적이 있어 그나마 조금 익숙하다.

기억을 더 돌아보면 한두 전설 정도 더 알지 모르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여섯 편이 그 시대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부분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류재이의 <금녀>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에 내려오는 ‘금돼지와 원’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금녀는 미지의 존재에게 현감의 아내가 잡혀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아내가 되었다.

어느 날 사라진 여성들이 모인 곳에 도착한 금녀.

조선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있을 때도 아니다.

각자의 사연이 나오고, 그분과 함께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기녀 홍매가 그분의 아이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과 전설의 존재.

조선 여성 잔혹사와 마지막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지유의 <여우의 미소>는 제주도, 전라북도 지역의 ‘여우 누이’ 전설을 바탕으로 했다.

양반 자제들이 연속적으로 죽어나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우의 피를 가진 영인은 이 살인 사건에 묘하고, 관심이 생긴다.

양반들이 평민 여성을 겁간하고 살인한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성폭행의 희생자가 된 여종들과 양반의 치외법권적 권력.

유상의 <달리 갈음, 다리가름>은 경상남도 고성의 천도굿인 ‘다리가름’을 바탕으로 한다.

다리가름이란 천도굿은 처음 듣는다.

사람의 모습을 한 수백, 수천 마리의 쥐떼들.

이 쥐떼를 몰아내려는 늙은 무당의 굿과 이것을 막으려는 쥐떼.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박소해의 <폭포 아래서>는 개성시 천마산 박연 폭포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피리를 잘 부는 박 씨 선비와 박연 폭포 속 용녀와의 결합 이야기가 내려온다.

박연 폭포하면 황진희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폭포 속에 용녀의 대저택이 있다.

전설처럼 피리 명인 박이선은 용녀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하지만 이 이후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서 조금은 낯익은 공식 속으로 흘러간다.

서로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마지막 장면은 살짝 웃게 한다.

무경의 <웃는 머리>는 ‘창귀와 관련되어 있다.

암행어사와 웃는 표정의 머리. 산군 호랑이의 위협적인 모습과 그 옆에 있는 창귀.

창귀와 어사와의 은밀한 대결은 갑작스럽게 펼쳐진다.

중첩되는 이야기와 도식적인 듯한 반전들. 가독성과 달리 아쉬움동 있다.


위래의 <반쪽이가 온다>는 경기도 양주시에 내려오는 ‘반쪽이’ 설화가 바탕이다.

꽃님이가 꾸게 되는 이상한 꿈, 동네에 퍼진 반쪽이 이야기.

쉽게 그려지지 않는 반쪽이의 모습.

반쪽이가 꽃님이와 혼약을 맺고 싶다는 소문과 진격의 반쪽이.

이 상황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꽃님이.

초반에 풀어놓은 설정이 후반부에 적패지와 엮여 이 소동의 이유가 나온다.

꽃님이의 냉정한 시선과 상황 판단이 인상적이고, 마지막 배짱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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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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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동성애, 가족 문제, 비튼 세계관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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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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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아밀의 소설보다 김지현의 번역 소설을 더 읽었다.

몇몇의 전업 작가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소설 창작이 본업인 경우는 드물다.

앤솔로지로 가끔 아밀을 만났지만 왠지 모르게 기억이 희미하다.

<로드 킬>이 머리속에 떠오르지만 세부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인 이 책은 이전과 분위기가 다른 것만 생각난다.

작가도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말하고 있다.

좀더 기발해지고,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동성애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 용어가 제목에 사용되기도 한다

여덟 편의 단편들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준다.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는 친구가 레즈비언이고, 뱀파이어다.

기영에게 미나가 고백했지만 차이고, 뱀파이어가 되어 돌아왔다.

기영은 미나에게 피를 제공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뱀파이어와 공존하는 사회, 당근으로 피를 뱀파이어에게 파는 세계.

친구가 외국으로 떠나려고 하고, 소용돌이치는 감정과 몸의 반응.

이 세계를 확장해서 장르를 발전시킨다면 어떨까?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에서 부치는 레즈비언 중 남성 역할을 말한다.

첫사랑에게 차인 후 주눅이 든 영민.

빌린 섹스 로봇으로 기술을 연습하고, 연애의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로봇이 문제가 된다.

이 과정들이 왠지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애>는 유전자 편집을 활용한 미래 세상을 다룬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한 아이돌.

유전자 편집 없이 아이돌이 된 멤버와 다른 실력과 외모.

이 아이돌의 실수와 SNS에 올라온 이상한 글 하나.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노 어덜트 헤븐>은 어린아이만 천국에 갈 수 있는 세계관이다.

책 제목은 이 소설 속 멜론 같은 아이에게서 따온 듯하다.

멜론의 엄마가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재판을 받는다.

이 과정에 들어나는 멜론의 성 정체성과 엄마에 대한 성 폭력 문제.

삶과 현실, 무지와 실수, 반성과 노력 등이 인상적으로 이어진다.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은 동성애가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을 다룬다.

이성애자가 오히려 성소수자가 된 세계다.

은아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일탈을 위해 홧김에 혼성클럽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 배우와 연애를 하는데 이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의미심장하다.

이 비틀린 세계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묘한 부조화 속 조화를 보여준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신체적 성장이 멈춘 피아니스트 나윤의 이야기다.

짧은 손가락으로 원하는 연주를 할 수 없는 나윤.

마녀를 만나 사차원의 손가락으로 한계를 뛰어넘은 연주가 가능해진다.

화려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다른 전개.

성공이 실력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란 평범한 사실과 사라진 미래에 대한 호기심.


<인형 눈알 붙이기>는 한 백마녀의 이야기다.

아이돌 산업에 붙어 눈알 붙이기로 근근이 먹고 사는 마녀.

그녀에게 최애 아이돌의 피를 가져와 축복을 내려달라는 고객.

그 고객의 어두운 영혼을 발견하고 그 의뢰를 속이고, 실수마저 한다.

통통 튀는 문장과 생활인인 백마녀의 모습이 재밌다.

<야간 산책>은 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중학교 시절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도망쳤단 간 밤의 공원.

그 공원에서 만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그와의 비밀 만남.

기묘한 존재나 상황보다 그녀가 겪은 현실의 삶이 더 인상적이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가 진행한 사과 행동은 글 속 내용처럼 또다른 가해가 될 수 있다.


#소설집 #SF소설 #소설의마녀 #멜론은어쩌다 #아밀 #비채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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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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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이다.

이 상을 탄 작가들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작가들이 누군지 묻는다면 당장 생각나는 작가가 없다.

하지만 이 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몇 번의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작가가 좋은 경험을 덧붙였다.

선의가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악의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은 그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삶의 뒤틀림을 그려낸다.

아버지의 사고, 실직, 아들 코이치로의 아르바이트, 불안정한 가족.

좋은 의도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아버지의 음주로 이어졌고, 문제가 일어났다.


늘 술에 취해 있는 지긋지긋한 아버지에게 벗어나기 위한 자금 8만 엔.

이 돈이 사라졌고, 경찰에게서 술에 취한 아버지를 모시고 가라는 전화가 온다.

이 돈을 술 마시는 데 사용했고, 남은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

눈 내리는 밤,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 가벼운 주먹에 넘어진 아버지.

이때 사라진 라이터, 눈 속에서 라이터를 찾는 아버지.

아버지가 내뱉는 코이치로의 여자 친구에 대한 성폭행 이야기.

폭발하는 분노, 살인 충동, 주먹질, 쓰러진 아버지를 눈 속에 방치한다.

죽기를 바라는 마음, 살인에 대한 두려움, 주머니를 뒤져 찾은 잔돈.

현재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살인범으로 잡히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다.


고등학생이고,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최대한 길게 버텨야만 한다.

미성년자이기에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도 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다 고등학생 무리에게 얻어 맞고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빼앗긴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공원에 머물고 있는 노숙자들.

갈 곳 없고, 경찰이 두려운 코이치로는 노숙자가 된다.

노숙자들의 도움으로 폐지와 캔 등을 모아 적은 돈이나 벌 수 있다.

젊은 그는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더 많은 캔을 줍는다.

하지만 이 일이 다른 지역의 노숙자와 갈등을 빚어낸다.

이해할 수 없지만 노숙자들의 세계에 머물기 위해서는 굽혀야 한다.


젊고 건강한 청소년은 다른 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용직 시장에 나가 노동을 하는 것이다.

그가 머물던 곳의 노숙자들은 대부분 적지 않은 나이라 힘든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이 수리한 자전거를 타고 인력 시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다.

하루 일하고 받는 돈은 1만 엔. 캔을 모아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금액이다.

노숙자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삶의 위치가 바뀐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젊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었을 때 또 다른 삶의 변화를 시도한다. 대단하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진 코이치로.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

자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성실한 노력들.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은 자신의 발전도 가져오지만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가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 위해 선택한 지도책.

이 투자를 통해 더 높은 생산성과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결코 살 수 없을 것이란 현실적 두려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찾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라이터와 지도책은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한 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 속에 평범한 일상이 주는 의미와 무게를 깨닫고 성장한다.

이 정도로 촘촘하고 끈기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라면 다음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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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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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극우적인 최후를 알게 된 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이번 소설도 주저하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란 소개에 놀라 선택했다.

많은 작가들이 좋아했던 그의 문학을 생각하면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의외다.

문체 등은 너무 오래 전에 읽어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용은 나의 기억과 너무 달랐고, 전개도 흥미로웠다.

설정에서 생명 보험을 타기 위해 죽으려고 한 이야기도 떠올랐다.

물론 하니오가 죽으려는 목적이 보험금 때문은 아니다.


하니오는 석간 신문을 읽다가 문득 죽고 싶어졌다.

판에 박힌 일과, 뉴스에도 감흥이 없고, 신문의 글자들이 바퀴벌레로 보인다.

수면제를 많이 먹고 죽으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퇴사한 후 ‘목숨을 팝니다’란 신문 광고를 내고 죽기를 기다린다.

처음으로 온 노인은 자신의 아내를 죽여달라고 한다.

하니오가 아내와 자고 있으면 불륜남이 총으로 그를 죽일 것이라고.

죽기를 바라고 그녀를 찾아가 둘은 몸을 섞지만 그가 바라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다음 날 오히려 그녀가 시체로 발견될 뿐이다.

이후 그를 찾아온 손님은 도서관 사서이고, 약의 생체 실험 참여를 바란다.

이런 결정은 그의 죽음을 돕지 못하고 오히려 돈만 벌게 한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그 다음 에피소드다.

한 소년이 자신의 어머니가 흡혈귀라고 하면서 어머니의 연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20만 엔이 현재 어느 정도 금액인지 모르지만 그 돈을 주면서 말이다.

실제 만난 엄마는 그의 피를 빨면서 혈색이 좋아진다.

엄마가 건강해지면서 하니오는 점점 약해진다.

그런데 엄마가 낮에도 돌아다니는데 우리가 아는 흡혈귀와는 다르다.

이렇게 예상을 초월한 존재와 만난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는 일이 일어난다.

작정을 하고 일반적인 한계를 넘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적지 않은 에피소드, 어떻게든 죽으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목숨 판매.

죽기를 실패할 때마다 늘어나는 돈.

정작 자신을 죽이려는 시도가 있을 때는 목숨을 팔지 않았다고 거부한다.

여기에 앞에서 장난처럼 다룬 조직이 다시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자살이 실패하자 죽기를 바라고 목숨을 팔았던 하니오.

바뀐 상황에 그의 대응도 달라지고, 일상에 대한 시선이 바뀐다.

이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가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쉽게 추측하기 힘들다.

재밌고 가볍게 읽으면서 어느 순간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긴박하고, 촘촘하게 구성한 설정은 아니지만 자유분방한 전개가 재밌다.

우리가 알던 미시마 유키오와 완전히 달라 더 놀라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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