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3
마이클 돕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어카트와 작별할 시간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자세가 되어 있던 그다. 살인도, 정보 조작도, 법 개정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어카트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가 결코 낯설지만은 않다. 물론 한국 정치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곳에, 모든 사람에게 뻗치고 있는 권력과 비교할 수는 없다. 대외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어카트는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한국 정치의 이면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어카트는 대단한 정치인이다. 수상이 된 지 10년이 지났다. 위기가 있었지만 권력에 대한 그의 욕망은 이것을 넘어간다. 그 위기가 무엇이고, 그가 치른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전편에서 잘 나온다. 이번 편에서는 1956년 키프로스에서 시작한다.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이 섬은 아주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비극 중 하나를 만드는 인물이 그 당시 젊은 장교였던 어카트였다. 미숙하고 성급하고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다. 그리고 현재로 와서는 그 지역과 그 비극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키프로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유전과 이것을 둘러싼 대결 등이 엮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수상을 자리에 있었던 어카트는 대처 수상의 재임기간 기록을 갱신하기 바로 전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그의 오랜 재임기간이 국민들의 염증을 불러오고, 당내 대권 도전자의 공격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과 함께 키프로스의 정치가 엮인다. 그리스 계와 터키 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역사는 비극이다. 이 비극은 유전의 발견으로 새로운 양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이권과 권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고매한 정치 이상은 현실과 미래의 이익에 의해 순식간에 묻혀버린다. 파멸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과 사소하게 생각한 것에서 시작한다.

 

어카트가 어떤 인물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불륜으로 문제가 생긴 장관의 걱정거리를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때 어카트는 자신의 권력과 상대방의 욕심을 묶어 아주 쉽게 풀어낸다. 그와 함께 또 하나의 비밀을 손에 쥐고, 이 비밀을 언젠가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실 계획이라기보다 일종의 보험이자 보호 장치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몰아세운 인물을 권력을 이용한 협박과 공포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의 유착을 단숨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은 어카트에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욕심은 언제나 충분함을 모른다. 문제는 바로 이때 생긴다. 재임 기간 기록을 갱신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그는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단숨에 제거한다. 10년 장기 집권의 비밀 중 하나다. 이제 충분히 누렸으니 그만둘 때도 되었는데 욕망은 조금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임명권을 가지고 장관들을 휘두른다. 최소한 국무회의에서 그는 독재자나 다름없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장관들이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 직위가 더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란다. 그래서 후반부에 군 장군 한 명이 어카트와 대립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뭐 그랬던 인물들 모두 옷을 벗었지만.

 

영국의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권력과 그 권력을 둘러싼 군상들의 욕망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이 정치인이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권력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권력이 품어내는 광휘가 어떤지도. 읽으면서 전작에서 보여준 어카트와 이번 어카트가 같지만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는데 더 노련해졌고, 더 대담해졌다. 비록 내부의 적과 키프로스에서 발생한 사건 등으로 협공을 당하지만 그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다. 반격한다. 또 반격한다. 가장 최악의 순간에서조차 그는 반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한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또 다른 반전이다. 정치는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