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 이와아키 히토시 단편집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생수>를 처음 만화방에서 봤을 때 그림을 참 못 그린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것을 봤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읽을 만한 만화도 없고, 이 만화에 대한 좋은 평을 읽으면서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끝까지 읽었다. <기생수>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니 하는 것은 모르겠고 아주 재미있었다. 그 이후 이 만화는 일본 만화를 말할 때면 늘 나의 머릿속에 머물렀다. 그런데 정작 작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발음하기 힘들고, 작가의 다른 만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을 받고 한참 지났다. 몇 번이나 펼쳤다가 놓았다. 겨우 여섯 편이 실려 있는데 손이 쉽게 나가지 않았다. 마침 다른 책 한 권을 다 읽고 시간이 비어 손에 들고 읽었다. 역시 단숨에 읽었다. 이전에 그냥 들쳐보던 것과 다른 내용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작품들도 흥미로웠지만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미완>, <와다야마>, <뼈의 소리> 등 세 편이다. 특히 표제작 <뼈의 소리>의 몇몇 장면은 <기생수>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자신의 눈앞에서 남자 친구가 자살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열정은 한순간 광기를 발산했다. 사랑의 위대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열정의 아드레날린 폭주라고 해야 하나. 눈물의 따뜻함을 말하는 장면은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완>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조형과 조수의 이야기다. 누드 그림이 나와 조금 놀랐지만 여주인공을 모델로 조형물을 만들고, 그녀로 인해 아파하는 남자의 질투 등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으로 조각하던 돌이 단단하다고 말하고, 돌에 기대앉은 후 표정이다. <와다야마>는 오랜만에 모인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벌어진 낙서 사건을 미스터리하게 풀어간다. 동창생들 얼굴에 기묘한 낙서가 그려지는데 누구도 그 인물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와다야마다. 그에게 모임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한 명씩 기묘하게 얼굴에 낙서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을 피해 달아나는 동창생의 모습이 무섭기보다는 코믹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본 와다야마의 모습은 약간 의외였다.

 

첫 작품 <쓰레기의 바다>의 마지막 장면이 얼마전에 있었던 추락사고와 연결되었다. 비현실적인 마무리다. 약간 어설픈 듯한 구성이다. <살인자의 꿈>은 연쇄살인마가 살인하는 장면을 꿈에서 보는 남자 이야기다. 초현실적인 설정인데 그의 곁에는 이런 상황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 평범한 꿈과 살인의 연결인데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마무리로 재미있었다. <반지의 날>도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언니의 약혼반지를 끼고 나갔다가 하천에 빠진 개를 구해주면서 잃어버리고, 이것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뻔한 전개와 마무리지만 주인공의 주저하는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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