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았을 때 두 가지 느낌이 먼저 들었다. 하나는 표지가 폭신폭신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루키가 동화책을 썼구나 하는 것이다. 촉감은 맞지만 시각적으로 느낀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읽으면서 동화책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장르를 나중에 검색하니 에세이다. 그것도 그림 에세이. 다 읽은 후 분량이 너무 적어 그 감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며칠을 묵혀둔 채로 있다가 다시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읽었다. 그때 무심코 지나간 문장들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었다. 솔직히 말해 그림체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자꾸 보니 괜히 정감이 생긴다. 특징을 잘 표현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꼬마 하루키와 늙고 커다란 암코양이가 함께 있는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 있는지 다시 찾아보지만 없다. 고양이 전체를 그린 그림이 없어 여기저기 뒤적였는데 앞모습은 제일 앞장에, 뒷모습은 마지막 장에 그려져 있다. 그림보다 글에 먼저 눈이 가면서 많은 것을 놓친 모양이다. 다음에 또 한 번 읽게 되면 또 뭔가를 발견하지 않을까?

 

후와후와란 단어에 대한 설명은 앞에 나온다.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소파가 폭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커튼이 살랑이는 모습이라든지, 고양이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설명을 보면서 대부분이 모습을 표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촉감과 관련된 느낌은 고양이털을 제외하면 없다. 너무 오래전에 고양이를 만져보았기에 지금은 이 느낌을 잘 모르겠다. 언제 들고양이라도 만나면 이 감촉을 한 번 느껴봐야겠다.

 

늙고 커다란 암코양이 단쓰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짧은 에세이다. 여기에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곁들여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에세이만 놓고 보면 아이들이 보기에 쉽지 않지만 그림만 놓고 보면 아이들에게 재밌는 그림책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적고 보니 어른과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책처럼 보인다. 이 부분은 내가 당장 확인할 수 없으니 생략. 길지 않은 분량의 글을 읽으면서 최근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여직원들이 떠올랐고, 한때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물론 그때는 집안에서 고양이를 키우던 시절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었던 나쁜 기억이 났다. 아마도 그 이후 고양이는 항상 이 죽음의 트라우마를 나에게 지웠다. 가끔, 불연 듯이 이 기억이 난다. 많이 희석되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