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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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3년에 걸쳐 서울신문에 장기 연재되었던 <노주석의 서울택리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종이신문을 거의 읽지 않다 보니 이런 연재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기존의 <서울택리지>가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역사.지리적 개념잡기였다면, 이번에는 정치.문화적 색깔을 더했다고 한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면서 그 정치색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신문 연재이다 보니 충분하게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그냥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부분도 적지 않아 깊이의 아쉬움이 조금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앞의 3개 장이다. 현재 서울의 강남, 강북 문제를 이전의 남촌, 북촌으로 연원을 끌고 올라간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거주지가 신분을 나타내었던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인용해 과거 서울의 풍경과 그 속의 삶을 풀어낸 부분은 한 거대 도시의 발전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서울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 번째 지명으로 넘어가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민족의 역사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할 때 특히 그렇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 지명 역사의 두 가지 경천동지할 사건 중 하나가 일제의 창지개명이다. 이 창지개명은 신라 경덕왕이 모든 지명을 일률적으로 한자로 바꾼 것은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내가 즐겨 다니던 곳의 지명 유래를 보고 있으면 친일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지명 속에는 그 지역의 내력이 오롯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역사와 행정이 따로 노는 부분은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구한말 한양의 지도나 사진을 보면 지금과 많이 다르다. 규모나 시설이야 다른 것이 당연하지만 궁궐의 크기나 한양도성은 많이 훼손되어 예전과 차이가 크다. 예전에 북한산 등산할 때 한창 복원 중인 성곽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사실 그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으로 본 한양도성의 낯과 밤은 내가 늘 가보고 싶고 걷고 싶었던 그곳이다. 한양도성의 사대문이 지닌 의미와 그 훼철의 역사를 보면 다시 한 번 더 일제의 역사 및 문화 파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다음 장의 서울 사수를 위해 지은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특히 남한산성의 축성술에 대한 극찬과 한 번도 외세에 빼앗기지 않았던 사실은 늘 지나가기만 했던 그곳을 한 번쯤 발로 밟고 싶다는 욕구를 더욱 부채질한다.

 

서울이란 말의 어원을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어원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서울이란 수도를 뜻하는 보통명사이지 땅이름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수도 서울은 중복이다.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이승만 정권 당시 서울의 이름을 바꾸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간단하게 서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향토사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지방학의 연구 목적이나 대상 혹은 범주가 주로 지역 사회의 역사문화 전통으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경계하자”는 의미다.

 

한성판윤과 서울시장을 다룬 장은 서울과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글이다. 통계와 그 해설이 깊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에 머물러 아쉽다. 마지막 장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서울의 발전사를 간략하게 들려주는데 역시 아쉬움이 많은 글이다. 이 아쉬움은 이전에 서울이 어떻게 발전하고 팽창했는지를 다룬 책을 읽었기에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그려내기에는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이권과 위생과 환경 등이 아주 복잡하게 엮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울시장이 누구였고, 가십이 어떤 것이 있었고, 아파트를 많이 지었다는 것만으로 요약하기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 대해 개론적이고 개괄적이면서 역사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다음은 독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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