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2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전편에서 보여준 프랜시스 어카트의 활약은 변함이 없다. 총리가 되기 위해 그가 보여준 음모와 정보 누출 및 조작 등은 그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번 소설에서는 총리가 된 후 그의 활약을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 선 어카트이지만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 중 한 명이 영연방 입헌군주제의 왕이다. 이 둘의 대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아주 치열하게 벌어지고, 이 고래등 싸움에 작은 새우들은 수없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마시고자 하는 순간 역공이 가해지고,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 궁금해진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놀랐던 부분은 어카트가 자신이 총리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벤저민 랜들리스를 과감하게 쳐내는 장면이다. 랜들리스의 언론이 독과점법에 걸린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나머지 언론사들의 공격을 감안해 그를 물리칠 때 이 비열한 두 인물은 서로에게 최악의 적이 된다. 물론 어카트는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속했던 것을 받지 못한 랜들리스는 다르다. 그는 어둠 속에 머물면서 어카트를 저격한다. 이 저격이 한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흔들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은 저격의 가림막은 왕실의 왕이 된다.

 

입헌군주제인 나라에서 왕은 어떤 정치적 표현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왕은 다르다. 연설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한다. 이것을 어카트가 반대한다. 자신의 정치기반이 되는 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가 된 어카트는 왕의 연설문을 사전 검열한다. 그런데 검열 전 연설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이것을 밖으로 빼돌린 인물은 왕자비다. 그녀는 랜들리스에게 돈을 받고 왕실 정보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녀의 왕성한 활동과 그녀를 광고 모델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틈새에서 늘 돈 부족을 경험하고 있었기에 이 유혹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나중에 개방적이고 왕성한 활동의 부작용으로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지는 눈에 선하게 드러난다. 읽으면서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살짝 떠올랐는데 어디까지 참고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소설에서 어카트 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자가 한 명 또 등장한다.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샐리다. 처음에 그녀가 찾아간 인물은 랜들리스다. 언론사 사주의 비호를 받게 되면 안정적인 많은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런 그녀가 어카트를 찾아가고 그의 강렬한 욕망에 살짝 빠진다. 둘은 연인이 된다. 그녀는 몇 가지 부분에서 어카트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어카트를 지원한다. 그 방식은 이제는 고전이 된 질문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얻는 것이다. 한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 방식을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한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카트 편에 샐리와 당의장 스탬퍼가 있다면 왕에게는 왕실 공보관이자 20년지기 친구인 마이크로프트가 있다. 마이크로프트는 아내에게 충실하지 않아 이혼 당하는데 이 때문에 그는 성 정체성을 깨닫는다. 동성애자란 것을 알게 되고 어린 연인에게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그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처럼 커밍아웃이 인정을 받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왕이라면 마이크로프트는 가장 현실적이다. 이 현실은 그가 느끼는 갈등과 고뇌와 두려움 속에서 드러난다. 에필로그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지닌 비중과 의미가 분명하다.

 

왕족으로 태어나 왕이 된 남자와 치열한 권력 투쟁 끝에 총리가 된 남자의 대결이다.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려는 이 둘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약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 싸움은 더 비열하고 치열하다. 이 대결 와중에 휘말려 들어가는 야당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보면서 현재 한국의 야당이 떠올랐다. 여당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국민들이 쥐어준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그들 말이다. 어카트의 치밀하게 계산된 반격에 산산조각나는 그들을 보면서 씁쓸함은 느낀 것은 바로 이들 때문이다. 그리고 비열하고 잔혹한 정치판에서 정권과 권력을 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살벌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왜 해외 정치인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지 읽으면서 절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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