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1990년 분단되어 있던 독일이 하나로 합쳐지던 여름의 이야기다. 주인공 마리아는 브렌델 농장에서 산다. 왜 이 농장에서 사는 걸까? 읽으면서 답은 찾지 못했다. 마리아는 이 집 다락방에서 남자 친구 요하네스와 함께 머문다. 열여섯의 소녀가 동거를 하는 것이다. 그 나라 분위기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특이한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낯설다. 마리아가 요하네스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녀는 사랑으로 단정짓지 않았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낌새가 이상했다. 왜 이런 표현을 한 것일까 하고.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곳은 서독이 아닌 동독의 한 시골이다. 이 당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비밀경찰 슈타지가 생활 곳곳에 스며있었다. 누군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비밀경찰이 이들을 데리고 사라진다. 이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다. 일상의 흐름 속에 평화로운 시골 농장의 풍경과 삶이 있다면 이 이면에는 슈타지에 의해 뒤흔들렸던 삶도 있다. 전체주의의 강요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며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아이도 있었다. 이런 것은 이제 과거다.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폭풍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알 수 없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이 흐름 속에 한 소녀가 사랑을 알게 된다. 제목처럼 그 여름,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왜? 라는 물음 대신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리아가 왜? 브렌델 농장에 살게 되었는지 보다 살고 있는 현재를, 갑작스럽게 헤너에게 끌린 마리의 심리를 그려낼 때도 왜? 라는 물음보다 그 감정과 그 모습을 표현하는데 더 노력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열여섯 살 소녀의 순수하고 강렬한 사랑이 우리 앞에 드러난다. 이때 헤너의 나이는 마흔이다. 이들의 불안하고 관능적인 사랑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한 편의 소설이 있다. <롤리타>다. 아직 읽지 못한 소설이지만 줄거리를 알고 있다 보니 이 둘의 나이 차이가 연상 작용을 한 모양이다. 언젠가 <롤리타>를 읽게 되면 이 소설이 떠오를지 궁금하다.

 

마리아의 부모는 이혼했다. 아빠는 그녀보다 겨우 세 살 더 많은 러시아 여자와 재혼했다. 엄마와 살면서 모녀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지 않고 브렌델 농장에서 학교도 가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그녀의 손에는 한 권의 소설이 들려 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이 소설의 내용과 현실의 삶은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마리아의 감정과 현실을 표현하는데 이 소설의 일부가 인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더 정확하게 알려면 원작과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워낙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다보니 소설 속 내용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녀가 소설 속 여자들 중 솔직하고 열정적인 창녀 그루센카를 더 좋아한다고 한 것처럼.

 

사춘기 소녀의 혼란스럽고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와 통일되는 과정 속에 있는 독일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옮겨가는 와중에 밀려들어오는 풍요와 가치관의 혼란은 마리아와 헤너의 갑작스런 관계의 변화와 불안하고 격정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다. 변화는 진행되고 작가는 이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브렌델 농장의 가장 지크프리트가 더 커지고 생산적인 농장을 열정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동시에 마리아와 헤너의 관계도 돌발적인 관계가 아닌 일상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이때 마리아는 이 관계를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욕심을 낸다. 이성적 판단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정에 굴복한 것이다. 그리고 비극이 생긴다. 독일은 통일되고, 마리아의 뜨겁고 화창한 여름은 이렇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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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요...
저는 표지에 나오는 사람의 무릎이 처음에는 엉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 햐~ 이게 무슨 사진이야????` 하고 조금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무릎이더군요....그럼 그렇지.. 조금 안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지껄여서...ㅜㅜ

행인01 2015-10-07 17:48   좋아요 0 | URL
한 번도 엉덩이로 본 적이 없는데 그런 착시가 일어날 수도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