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될 거라고 오키나와 In the Blue 19
이진주 지음 / 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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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직원이 오키나와로 휴가를 다녀왔다. 가기 전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하루에 여섯 끼 정도 먹을 것이라고 해서 그러려면 오사카로 가지! 라고 말했다. 직원은 일본 방사능이 걱정되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일본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최근에 본 TV에서 방사능을 피해 본토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것을 봤는데 이 책에도 그 부분이 나온다. 덕분에 오키나와는 급속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음식도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반전처럼 오키나와도 자급자족하는 공간이 아니란다. 본토에서 쌀과 미역 등의 일부 해산물을 수입해서 쓴다. 과연 완전히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오키나와에 대한 설명에 ‘하와이보다 가깝고 제주도보다 이국적인, 동남아보다 편하고 괌보다 뭉클한, 어떻게도 설레는’ 표현이 있다. 맞는 말이 대부분이다. 동남아보다 편한 곳이란 표현을 빼고.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온다. 두 곳 모두 낯설다. 가격을 따지면 동남아가 더 저렴하다. 비행가 값은 빼고. 그리고 두 지역이 보여주는 풍경과 음식이 다르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도 맛이 다른 것 같다. 불행했던 오키나와의 역사를 조금씩 알게 되면 이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나에게 오키나와는 미군기지로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얼마 전 오키나와의 간단한 역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진이 참 많은 여행 에세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유일하게 가본 도쿄와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 글도 그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정보를 나열하지 않는다. 만약 오키나와를 여행하는데 가이드북으로 선택하려고 했다면 말리고 싶다. 참고서적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지만. 360장의 사진이 실려 있으니 어떻게 보면 사진집에 더 가깝다. 물론 그 위에, 옆에 저자의 단상이, 경험이, 감상이 차분히 적혀 있다. 전문 여행가의 시각은 가끔 새롭게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을 발견할 때 떠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진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바로 ‘난쿠루나이사’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의미다. 우리가 알고 있던 오키나와의 외피 안에 감추어져 있던 한스러움의 반전을 표현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관광지의 이미지가 있는 오키나와는 사실 우리가 겪고 있는 미군의 문제를 그대로 혹은 그 이상 경험하고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문장이 있다. 오키나와의 옛 나라 이름인 ‘류큐는 일제 강점시대에서 미군정을 거쳐 다시 일본에 복속되는 것을 선택한 역사가 되었다.’란 문장이다. 과연 그들이 일본에 복속되는 것을 자신들의 의지로 선택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2차 대전 당시 그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역사를 생각하면 더욱더.

 

여행을 가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기보다 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그 도시를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그런데 이 하룻밤의 잠을 멋지게 표현한 글을 발견했다. “하루 종일 다녔어도 잠을 자지 않고 떠난 여행지는 관광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게를 가지지만 하룻밤을 지낸 여행지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인격을 갖게 된다.” 이 말처럼 자고 일어난 여행지의 아침은 다르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숙고 근처의 길들이 익숙해지면서 낯선 여행지가 아닌 아는 곳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때가 정말 좋다. 이 편안함과 익숙함이 또 다른 낯선 공간과 만나면서 깨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엔 목차가 없다. 약간 불편하다. 공항이 있는 나하에서 시작하여, 북부, 중부, 남부를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풍경과 사람과 음식을 찍고 글로 남겼다. 부록이 있어 풍부한 정보를 주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만 소바에 대한 정보는 재미있다. 메밀국수가 아닌 밀가루 국수이기 때문이다. 미군기지의 영향 아래 있다 보니 원래의 것과 뒤섞여 만들어진 음식 문화도 눈길을 끈다. 우리의 부대찌개가 떠오른다. 직원이 가기 전까지 크게 관심이 없었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아닌 곳이었는데 이제는 왠지 모르게 강하게 끌린다. 조금 길게 머물면서 두세 곳 정도 여유있게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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