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망가
강상준 지음 / 로그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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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낯익다고 생각했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저서 <위대한 영화>를 벤치마킹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제목보다 나를 더 반갑게 만든 것은 ‘망가’란 단어다. 흔히 만화라고 부르지만 한참 일본만화를 볼 때 망가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예전에 비해 거의 일본만화를 보지 않고 있지만 한때 열독했던 독자라는 자부심이 있어 꽤 많은 망가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자부심은 목차를 보면서 단숨에 날아갔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제목도 꽤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제목이 채 반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재 중인 만화를 감안하면서 세도 읽은 망가는 열 편도 되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일본만화에서 멀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매혹적인 만화 가이드란 문구에 동의한다. 이 책 이전에 영화잡지 등에서 걸작으로 평가한 만화를 찾아서 열심히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동네마다 도서대여점이 활황이었던 시기다. 집으로 들어갈 때 몇 권을 빌려 읽고 다음날 또 빌려보던 시기였다. 너무 많이 읽어 읽을 책이 없다고 고민했는데 불과 십 여 년 만에 새로운 목록이 나왔다. 이중 대부분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제목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목록의 첫 문을 연 작품은 예전에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본 <강철의 연금술사>다. 반가웠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기억을 새롭게 하고 나의 기억과 맞춰보는 작업이 이어졌다. 완결되지 않은 애니만 본 것 가지고 이제 완결된 망가와 같이 놓고 이야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기쁨과 즐거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일본만화의 대부분이 주간 만화잡지에 연재가 된 후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불과 몇 개월만 기다리면 단행본이 나오지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은 일주일을 참는 것도 힘들다. 한참 <슬램덩크>가 유행할 때 매주 서점을 달려갔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단행본이 나온 후 다시 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완결된 후 다시 1권부터 보고, 애니도 봤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처럼 <슬램덩크> 2부가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인 <베가본드>나 장애인 농구 <리얼> 연재로 바쁘다. 물론 작가는 2부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다린다. 혹시나 하고. <리얼>은 그렇게 나에게 복잡하게 다가왔다.

 

연재가 긴 만화의 경우 읽다가 중단된 경우가 많다. <베르세르크>나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만화방을 갈 때면 늘 찾아서 읽던 일본 만화가 이 두 편이다. 물론 이 두 편의 애니는 이미 봤다. <원피스>는 모두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그냥 볼 게 없어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중독된 망가다. 단순한 이야기만 나를 매혹시킨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화려한 그림체 등도 크게 한몫했다. 열심히 읽을 때 몰랐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금방 알게 된다. <지뢰진>을 볼 때 그 그림에 감탄했는데 이 두 망가도 좀더 여유있게 들여다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하나오>를 그린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에서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감탄했다. 한국만화의 경우 이제 웹툰으로 거의 변해 이런 재미가 살짝 사라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 실린 서른두 편의 망가만 가지고 위대한 망가라고 하기는 무리다. 만화가의 대표작을 어떤 작품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두 편 정도만 연재한 작가라면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편이라면, 아니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작품이라면 어떨까? 이런 의문이 저자에 대한 설명과 작품 해설에서 자주 떠오른다. 이것은 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거나 각자의 취향에 맡겨야 할 부분인지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이 있다. 이 목록에 나온 작품들이 엄청나게 매력적이란 것이다. 이전에는 시간이 남아돌아 좋은 만화를 열심히 찾아 읽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책을 빌릴 곳도 그렇게 많지 않고, 사서 보기에는 이미 있는 책만으로 책장이 넘쳐난다.

 

저자의 글을 보면서 시간이 되면 우선 읽고 싶은 목록이 만들어졌다. 두더지, 마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불새, 사채꾼 우시지마, 원아웃, 인어 시리즈, 플루토, 하나오 등이다. 이 중에서 가지고 있는 책도 몇 권 있으니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시간내어 일독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펼쳐 작가의 글과 비교해봐야겠다. 나의 감상과 어떤 차이가 있고 같은 감상이 무엇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이 책은 전문가적 입장에서 만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다보니 망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아는 척하는데도 좋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망가를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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