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다. 느낌을 간단히 정리하기 쉽지 않다. 그중 하나는 이 2권이 이제1부란 점이다. 2권 끝까지 오기 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마무리다. 물론 이야기 전개 상 중간에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1부 끝이란 단어를 보자 작가가 만들어낸 지구와 인류 역사가 되풀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대충 그려졌다. 실제 이 예상이 맞는지는 모두 출간된 다음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시리즈 전체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완결되기 기다리라고 하고 싶다. 1부를 모두 읽고 다음 이야기를 추측하는 재미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더욱더!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들을 기반으로 장대한 서사를 구축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지구를 가이아로 본 것이다. 의식을 지닌 지구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삼고, 주인공 몇 명을 등장시켜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그 사이사이에 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지구 상에 발생하는 몇 가지 중요한 소식을 삽입한다. 여기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암시하거나 정보를 제공한다. 구성만 본다면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지구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루면서 미래도 같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엄청난 작업임이 분명하다.

 

제목과 가이아의 의식이 교차할 때만 해도 제3인류의 모습을 가이아의 의식을 이어받은 초능력자 정도로 생각했다. 아마 영화 <X맨>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극 탐사에서 거인을 발견했을 때도 역시 현재 인류의 진화 정도로 생각했다. 거인이 인류의 10배 크기인 17미터란 정보를 제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다비드 웰즈가 피그미 족을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갔을 때도 역시. 여기서 10배수란 숫자가 계속해서 그대로 적용될 것이란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인류의 키가 좀더 작아지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면서 17센티로 만들었다.

 

이 사이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기존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인류의 탄생은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가져오고, 이후 각 나라의 수많은 전설과 신화를 연결해서 제1인류를 만들어낸다. 고대문헌과 성경을 재해석한다. 이 모든 역사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의식있는 지구 즉 가이아다. 가이아는 석유를 자신의 기억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인류가 채굴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니 인류의 개발 자체를 거부한다. 이 반작용으로 해일이나 지진을 일으키는데 가끔 정확한 타격이 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더 진행되면서 더 정확해지기는 하지만.

 

핵무기의 개발과 무차별적 개발의 결과로 인한 자원 고갈과 환경 재앙, 야만적인 자본주의의 본성과 종교적 광신 등이 현재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모습은 가이아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피부와 기억을 빼앗아 가는 제2인류가 가이아는 불만이다. 가이아는 인류를 진화시킨 이유로 외계에서 날아온 소행성 충돌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소행성은 그에게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대기를 만들어 조그만 소행성은 지표에 도달하기 전 타버린다. 하지만 거대한 소행성은 엄청난 충격을 준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이나 다른 생명체의 멸종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학적 상식을 가이아의 기억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가이아에게 현재 인류에 대한 불만은 인류가 우주선을 만들어서 소행성 충돌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정권 획득, 유지와 자본의 이익이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큰 적은 종교적 광신으로 사로잡힌 이란이다. 무수한 핵무기 개발과 종교적 광신으로 뒤덮인 나라로 묘사하는데 이 때문에 새로운 인류의 탄생과 진화가 이루어진다. 이란이 만든 800곳에 달하는 핵무기 발사 기지를 파괴하기 위한 특공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정보 부족 때문인지 모르지만 강한 불만이 있다. 이란이란 나라를 모르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인류인 에슈마의 탄생도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에슈마의 탄생과 인류가 가이아의 보복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과정은 끔찍하다. 전염병으로 엄청난 사람이 죽는다. 이 장면은 기아와 폭력으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비해 인류의 감소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류의 행동은 그 이전과 변함이 없다. 가이아의 다음 행동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런 설정은 책 중간에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조금씩 담겨 있다. 3보 전진과 2보 후퇴와 같은 방식이다. 인류의 오만과 무분별한 개발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작가는 그것을 가까운 미래로 설정했다. 무섭다. 이 모든 구성과 전개는 기존 설정을 빌려오면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그의 최근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 놓친 것들이 많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 엄청나게 방대한 이야기를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왔는데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잘 마무리할지 모르겠다. 허술한 부분이 곳곳에 조금씩 보이지만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상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많이 실망하겠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