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울음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작가로 먼저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이다. 귀여운 고양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생각할 때 제목과 상관없이 미스터리가 아닐까 하고 멋대로 상상해봤다. 그런데 아니다. 삶과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와 닮은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작소설이지만 고양이가 중심에 놓인 단편이 있는 반면에 시간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어떤 공통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몽이란 고양이가 이 3부의 이야기를 이어주지만 말이다. 각 단편을 독립적으로 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전편에서 가진 의문들이 다음 이야기에서 풀린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하나로 이어져 있다.

 

제1부 <새끼 고양이>는 몽이란 이름을 가진 새끼 고양이가 어떻게 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흔히 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혹은 불쌍하게 생각한 주인이 주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침을 당한 고양이가 다시 집을 찾아오고, 다시 내치는 과정을 통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노부에의 감정을 풀어낸다. 노부에가 가지고 있는 힘들고 어렵고 어두운 감정은 아기 유산에서 비롯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도 추스르지도 못하는 노부에가 몽이란 고양이를 통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겹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할 때 그냥 살아가고 잊고 있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제2부 <절망이라는 블랙홀>은 5년 전 엄마가 도망간 유키오 이야기다. 아버지와 살고 있지만 화목이나 단란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집안 풍경이다. 아이에게 맛있는 밥을 제대로 지어준 적도 없고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떼운다. 점심은 800엔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침울해하고 절망하게 된다. 뒤틀린 감정은 결국 엄마와 함께 있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향한다.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키우게 되는 고양이는 유키오의 감정을 순화시켜준다. 그리고 유키오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 했던 사건 이후에 경찰서에서 아버지가 보여준 반응은 유키오의 시선을 통해 드러난 풍경과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간격이 단숨에 좁혀질 정도는 아니지만 공감대와 이해의 시간을 가진다.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 절망의 깊이를 이 단편을 통해 들여다본다. 나에게도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제3부 <멋진 이별>은 노부에의 남편 도지가 20살이 된 몽과의 이별을 다룬다. 고양이 20살은 인간 100세와 비슷할 정도다. 도도하고 난폭하고 마초적인 고양이였던 몽이 점점 힘을 잃고 집에만 머물게 되고 결국 죽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체한다면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점점 쇠약해지는 몽을 통해 간호하는 도지의 모습은 변한다. 최선이 무엇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내가 죽은 후 몽과 함께 살면서 조그만 위안을 얻었던 그가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삶이다. 죽음은 삶이 다하는 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몽이 자신을 지키면서 살다 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지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공원에서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을 그냥 무심코 바라보지 않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