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스트라나 이야기 체코 문학선 4
얀 네루다 지음, 신상일 외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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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문학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밀란 쿤데라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재미있게 읽었고 한때는 나오면 거의 모두 읽었었다. 그런데 얀 네루다란 작가가 현지에서는 더 중요한 작가인 모양이다. 뭐 더 중요하다는 평가 자체가 이상한 말이지만. 작가 해설에 따르면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얀 네루다를 존경해서 그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실 네루다란 이름을 보면서 어떤 관계가 있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이 살짝 해결되었다.

 

1848년 이전 프라하 말라스트라나 지역을 묘사한 단편소설집이다. 말라스트라나는 체코 프라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서편에 있는 작은 마을이란 뜻의 지역이다. 이 작은 마을 배경으로 모두 열세 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았다. 분량은 각각 다르고 그 지역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삶도 다양하게 드러난다. 충분한 배경 지식이 없다 보니 오독의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몇 편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강한 캐릭터와 예상하지 못한 결말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몇몇은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가장 먼저 마음에 든 것은 <훼방 선생>이다. 장례식을 방해한 후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을 살려낸 의사의 독특한 기행은 시대를 넘어 흥미로웠다. 자신이 가진 보석이 큰 돈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다룬 <물의 정령>은 시간과 정성이 지닌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보여준 기이한 행동을 다룬 <올해 위령의 날에 쓴 글>은 지나간 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준다. 한 이방인 상인의 불쌍한 죽음을 다룬 <보렐 씨가 해포석 파이프를 길들인 사연>은 가슴이 아리지만 마지막 문장은 그것을 더 강하게 만든다.

 

<한밤의 이야기>는 반전이 주는 재미가 가득하고, <리샤네크 씨와 슐레글 씨>는 한 여자로 인해 일어난 두 남자의 감정 대결과 화해를 다룬다. <다정한 루스카 부인>의 다정함은 주변 사람을 벌게지게 만들고 그 행동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녀가 거지를 망하게 만든 방법>은 소문이 지닌 위력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거지도 망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아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해야 하나. <1849년 8월 20일 오후 12시 30분에 오스트리아가 멸망하지 않은 이유>는 황당한 이야기다. 이 이유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데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핑계가 되는 모양이다.

 

가장 긴 중편인 <인간 군상 - 어느 수습 변호사의 목가적이고 단편적인 기록들>은 제목 그대로다. 목가적이고 단편적인 기록 사이에 담긴 개인의 오해와 감정들은 우리가 흔히 살면서 저지르는 수많은 실수 중 하나다. 등장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자기중심적이고 그 때문에 오해는 필수적으로 이어진다. 바로 그 부분이 재미지만. 이 단편에 한 편의 sf소설이 있다. <1890>이다. 혹시 이 작품이 <1984>란 제목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하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첫 작품 <백합 세 송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지금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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