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3
앨런 브래들리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시리즈 3권이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플라비아는 귀엽고 깜찍한 소녀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그녀 외 다른 언니들에게도 눈길이 점점 많이 간다. 그녀를 끔찍하게 괴롭히는 언니들이지만 각각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재능이 플라비아의 사건 해결을 도와줄 때 빛을 발하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하게 만든다.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여전히 잘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게 이어진다. 비록 전작에 비해 재미나 플라비아의 능력이 조금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첫 장면에서 그녀에게 점을 봐주는 집시다. 그녀는 플라비아 엄마에 대해 말한다. 당연히 이것은 언니들의 장난이다. 하지만 어리고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플라비아에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놀라 허둥대다 양초를 쓰러트린다. 집시 텐트가 불탄다. 이 인연은 둘을 엮어준다. 미안함이 플라비아를 그녀 곁에 머물게 만든 것이다. 거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곁들여졌다. 집시를 가문의 영지에 머물게 한다. 예전에 아버지가 절대 금지했던 일이다.

 

전작에서도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집시가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빠르게 의사에게 연락해 그녀를 치료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생선 비린내를 맡는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늦은 밤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온 브루키다. 마을의 말썽쟁이다. 물론 플라비아도 평범하고 착한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의미가 좀 다르다. 그녀가 그를 용의자로 꼽고 조사를 하는데 그가 그녀의 집 분수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새로운 시체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사건은 두 개가 되고 플라비아는 더욱 열심히 이 사건들을 수사한다.

 

이 귀여운(?) 소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논리적이지만 명탐정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과 다른 취향과 행동을 보여준다. 덕분에 우린 그녀의 활약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재밌게 읽지만 부모라면 결코 반길 수 없는 아이다. 어떤 부모가 독약과 화학에 관심을 가지고 밤늦게 돌아다니고 마을 사람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바로 이런 점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탁월한 직관과 관찰력과 분석력은 경험이란 한계 속에서 충분히 성숙해지지 못했지만 그렇게 복잡하지 않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하다. 가끔 주변에서 그녀에게 단서를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더.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탁월한 인물로 꼽고 싶은 사람은 도거다. 전쟁 트라우마로 명확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왠지 그에게서는 은거고수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플라비아에게 던져준 몇 마디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그녀가 조사한 정보들은 이것과 결합하여 사실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열한 살 소녀의 한계 속에 그 나이를 뛰어넘는 지성은 분명 균형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과 사건과 사람들은 이 불균형을 넘어 재미를 준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되고 의문은 그것이 풀릴 때 다시 처음으로 연결된다. 이 고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풀리는데 이때 든 생각 중 하나는 경찰들은 왜 이 사건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뭐 좀더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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