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라에게 장미를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노원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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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노원의 소설을 읽었다. 90년대 중반에 읽고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사이 소설이 계속 나온 모양인데 한국 추리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최근 사정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행이라면 요즘 한국 추리소설을 조금 더 읽으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이 신뢰에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라고 말하겠다. 세계적인 걸작이나 수작보다 떨어지는 것은 둘째로 하고라도 며칠 전에 읽은 <블랙>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늘 말하지만 이것은 나의 개인적 의견이다.

 

한국형 여형사 최선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 중 최근작이다. 이전 작품을 읽지 않아 최선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작 부분에 그녀의 사랑과 삶의 일정이 간략하게 나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20대에 강력계 팀장이란 놀라운 실적을 쌓은 것에 그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나중에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서장이 일계급 특진을 말하는 부분에 도달하면 더 심해진다. 작가가 나보다 더 많은 연구와 조사를 했을 테니 물론 가능할 것이다. 아니 소설이니 더 가능하다.

 

소설은 팔레스타인의 가장 전투적인 과격집단 ‘국제 이슬람 해방 전선’이 5개국의 공항을 테러하는 뉴스를 보도하면서다. 이중에서 파리 드골 공항의 격전은 프랑스 대테러기관 DST의 압승으로 끝난다. 대부분 테러리스트가 죽지만 라니아 살레라는 여성 테러리스트는 생포한다. 그런데 이 테러집단의 공격 대상 중 한 곳이 한국 인천공항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행히 대상이 아니다. 이 공격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프랑스의 두 여자 수장이 등장한다. 이 둘은 이제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상황에 돌입한다. 이런 상황에 프랑스 대통령과 영부인이자 DTS의 수장 시몬느 비올레가 한국을 방문한다.

 

국제 이슬람 해방 전선을 이끄는 인물은 여자인 사미라다. 그녀는 드골 공항에서 벌어진 DST의 참혹한 학살에 대한 보복을 맹세한 상태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시몬느다. 이런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 대통령과 시몬느는 한국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일정을 보면 거의 신혼여행 수준이다. 방한한 시몬느의 이력에는 문학적 성공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종로에 있는 한 여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미 사미라가 죽음을 선고한 상태라 한국 경찰의 경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갑자기 시몬느가 일정을 변경한다. 다행스럽게 처음 예정인 곳과 멀지 않다. 평온한 환경 속에 그녀를 보기 위해 간 곳에서 시몬느를 향해 총탄이 날아온다. 첫 발은 다행히 실패다. 그 다음 총알은 그녀를 구하려고 한 최 형사의 몸에 박힌다. 다행히 방탄 조끼 때문에 생명을 구한다.

 

이 소설은 시몬느를 죽이려는 사미라의 계속된 시도를 다룬다. 이 시도를 막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최선실이다. 한 나라의 영부인이 죽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종로 경찰서 내부의 알력과 질투는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고 유치함의 극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 암살자를 상대하는 긴장감이 종로경찰서를 휘감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농담과 여유가 너무 넘쳐 장르를 의심하게 만든다. 누군가 먼저 지적한 오타는 읽으면서 그렇게 심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대화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끌고 온 설명이나 상황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형사에 대한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최선실이란 여자가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는 너무 얕다.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용의자를 대범하게 지적하는 것은 좋은데 모두 실패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보여주는 놀라운 추리력과 분석력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개가 아니다. 전작에서 그녀가 보여준 활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테러리스트가 보여준 인간적 관계나 정보 등은 너무 과하거나 가볍다. 설정을 만들어 놓았지만 이것이 하나씩 풀려나간다는 느낌보다 답을 내놓고 거기에 맞춘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와의 관계를 너무 간단하고 쉽게 다룬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추리작가들의 이 작품에 대한 주례사 비평은 왜 한국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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