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안창근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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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한국 스릴러 소설이다. 소품이 아닌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대작이다. 한국, 중국, 북한, 아프리카, 중동, 미국 등을 배경으로 첩보전이 펼쳐진다. 무대가 광활한 만큼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한국은 기환, 미국 CIA는 톰, 마틴, 존 등이고, 중국은 흑표다. 이들이 각 지역에서 주연을 맡는다면 주변에서 탈북자 출신 CIA요원 NKCELL이나 암살자 등이 등장하여 또 다른 활약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때 생기는 혼란과 중복이 이 소설에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몰입도가 좋다.

 

전 세계를 무대로 첩보전이 벌어지지만 중심이 되는 곳은 한국이다. 2005년 APEC회의가 그 목표다. 아시아 태평양 정상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곳에 알 카에다의 조직 중 하나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 이 정보를 먼저 얻은 곳은 CIA다. 하지만 이 첩보를 무작정 신뢰할 수 없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CIA는 터키와 중동을 무대로 이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하고, 동시에 중국의 정보상인 흑표에게 이것을 확인해달라고 한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CTA 직원인 기환이 첩보 하나를 산다. 이 정보는 자투리다. 더 많은 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첩보전은 속고 속이는 전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CIA가 선택한 인물은 중국의 흑표와 아랍인 오마르다. 오마르가 알 카에다 조직원 중 한 명을 통해 정확한 정보에 다가가려고 하는 반면에 흑표는 한국에 직접 와서 조폭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오마르의 활약은 사실 많지 않다. 실제는 CIA요원 톰이 중심에 있다. 하지만 흑표는 다르다. 그는 한국 조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한국어도 능통하다. 거기에 각 나라에 정보 라인을 깔아놓고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CIA를 통해 구입한 마약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다.

 

이 세 집단의 활약을 볼 때 가장 무력한 것은 기환이다. 탁월한 첩보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정보 조직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고 우연이 겹쳤다고 해야 하나? 그의 정보원이 죽고 그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얻는 과정이 너무 쉽다. 그리고 이 정보를 분석하는 CTA 직원들이 너무 쉽게 암호를 푼다. 물론 기환이 이 와중에 홀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대활약을 펼친다. 로맨스도 살짝 펼쳐진다. 하지만 다른 두 조직에 비해 느슨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이 개인적인 편견인지 모르지만.

 

CIA의 활약은 사실 기존의 스파이 소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속고 속이고, 전투가 벌어지고, 배신과 복수가 펼쳐진다. 활동 무대는 한 지역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하면서 넓게 퍼져 있다. 아랍인 정보원을 통한 작전은 너무나도 낯익은 장면들이다. 중국 정보상 흑표는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다. 암흑가에서 첩보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정보의 흐름과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와 CIA가 보여주는 첩보전은 누가 먼저 속이는 것을 들키는가 하는 싸움이다. 먼저 당하는 자가 죽음에 이른다. 개인 대 개인 싸움이 아닌 조직 대 조직 싸움이다.

 

이 다른 세 조직이 중심을 이루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결과인 APEC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힘이 조금 약하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반전의 음모는 앞에 깔아놓은 수많은 설정과 배경에 비해 너무 힘이 약하다. 반전에 이르는 과정도 역시 충분히 납득할 만큼의 설정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각각의 주인공들을 잘 묘사했고 낯선 이국의 풍경과 첩보전을 안정된 문장 속에서 잘 녹여내었다. 큰 한 방은 없지만 충실함이 돋보이는 첩보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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