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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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참 많이도 참았다!’ 이 문장을 읽고 즉시 떠오른 그분이 있다. 바로 각하다. 이 노골적인 광구 문구를 생각하고 읽은 연작소설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풍자와 sf가 결합하면 어떤 식으로 풀려나오는지 알려준다. 배명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격하게 공감한 것이 처음 아닐까 생각한다. 웃음과 아! 상황을 이렇게 비틀어서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동시에 자아내었다. 물론 몇 편은 나의 부족한 지력으로 그 재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했지만.

 

모두 10편이다. 첫 작품 <바이센테니얼 챈슬러>에서 시작해 <chanrge!>로 끝난다. 이 순서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바이센테니얼 챈슬러>가 동면 과학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charge!>는 중세 판타지 설정을 통해 진행된다. 미래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과거로 역행하는 듯한 구성인데 혹 과한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온 5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살짝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멋대로 상상해본다. <charge!>는 바로 앞의 두 편 <초록연필>과 <내년>과 더불어 총통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구원하는 예언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딘가에서 읽은 듯한 <초록연필>은 악에 대한 신선한 반전이 펼쳐지고, <내년>은 알 수 없는 미래에서 매번 반복되는 2012년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세 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charge!>다.

 

한때 진심으로 각하가 당선되면 다른 나라로 이민가야겠다는 말을 했다. 소설 속 천재 주인공의 남편은 아내의 도움으로 동면을 선택한다. 그런데 각하의 임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런 끔찍한 상황을 풍자와 유머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다. <새벽의 습격>은 읽으면서 뭐지? 하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전쟁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전쟁일까 의문이 드는 순간 이 낙하산 부대의 정체가 드러난다. 상상력이 상황을 이런 식으로 풍자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리고 ‘총통의 말에는 요지가 없었다.’(45쪽)고 말할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에서 ‘지키려고 마음먹은 건 등 뒤에 두는 거구나.’(81쪽)하고 말할 때 이 땅의 군경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강하게 다시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평범한 사실이 상황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발자국>은 실제 하지 않는 것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려는 세력의 존재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이해력이 이 단편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면서 읽은 단편은 <혁명이 끝났다고?>다. 주인공의 감정과 추억이 겹치고 현실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 특히 그랬다. 이제는 486세대가 된 그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위대한 수습>은 좀더 노골적이다. 대운하를 중심에 놓고 있는데 말장난으로 시작한다. 절대권력 앞에 충심을 담은 직언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만든다. 파라면 파야지 하는 상황은 군대의 그것과 닮아 있고, 아무런 효용도 효율도 없는 작업은 좀더 노골적으로 다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냉방노조 진압작전>은 은유와 풍자로 가득하다. 토론을 통해 얼음신의 축복을 받는다는 설정은 전횡과 획일과 독재로 진행되는 현실의 수많은 일들을 비틀고 있다. 토론이 가치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논쟁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효능을 보여주는지 알려줄 때 이때까지 놓치고 있던 재미가 살짝 다가온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풍자와 은유는 아는 만큼 보인다. 개인적으로 많이 알지 못해 그 재미를 완전하게 누리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상황을 비틀고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것을 재해석했을 때 감탄하고 큰 재미를 누린다. 이제 그 5년이 끝나가고 새로운 5년이 한 달 뒤면 시작한다.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금 이런 상상력의 원천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실용과 문화를 말할 때 가슴 한 곳이 뜨끔했지만 지난 5년이 이런 실용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아픈 현실에 가슴 아프다. 하지만 그 5년 덕분에 이 책이 탄생했다는 것은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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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 2012-11-2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