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피크 1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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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한산을 자주 올라갔었다. 자주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다. 그것도 한두 달 정도 다니다가 말았지만. 주로 봄이나 가을에 많이 올라갔는데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페이스 조절이 쉬워 비교적 쉽게 올라갔다. ‘쉽게’라고 말보다 ‘천천히’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산의 정상만 본다. 왠지 모르게 여유가 없어 주변을 천천히 살피지 못한다. 그러다 내려오는 길에 본 산악 구조대 모습은 낯설지가 않았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낯익은 산악 구조대지만 세계유일이자 특수한 대한민국 조직이다. 군인이면서 경찰이고, 경찰이면서 산악 구조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조대를 창설하게 된 이유가 북한산에서 있었던 7명 사망 사건이다. 그 이후 신체조건과 체력 테스트를 통해 다섯 명을 선발한다. 이들이 바로 경찰산악구조대다. 이 만화는 바로 이 구조대의 창설 이유를 간략하게 보여주면서 다섯 명의 신병을 통해 산악구조대의 일상과 구조활동을 보여준다. 그런데 한해 동안 북한산 산악 구조대가 처리한 산악사고가 적지 않다. 20여 년간 약 3000여건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스토리 작가 홍성수가 실제 이곳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짠 것 같다. 물론 가공의 캐릭터나 상황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다. 그 공감대는 평범한 인물들이 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산이 주는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때문이다. 예전에 산은 올라가기 힘들지만 포근하고 시원한 곳이었다. 겨울산을 여유있게 내려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얼마나 빨리 산의 해가 지는지, 얼마나 어두운지, 방향 감각은 또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몰랐을 때 그랬다. 그것을 경험한 후는 바뀌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연성이 경험한 것을 보면서 그때가 불연 듯이 떠올랐다.

 

아직 1권이다보니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았다. 연성이 북한산으로 자대 배치되었다는 소식에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과거 사건과의 연관성을 떠올린다. 고참이 제대하기 전에 보여주는 맹활약과 엄청난 체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전에 지게를 진 상태로 북한산 정산으로 올라가는 상인의 모습을 보고 놀랐고, 중국 황산에서 수십 킬로의 짐을 지고 꼭대기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지게꾼을 보면서 더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아직 미숙한 신병들의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아 약간의 맛뵈기만 본 듯한 느낌이다.

 

1권 마지막에 나오는 슬링의 키스 자국은 첫 경험의 흔적이라고 한다. 이 첫 경험은 조난당한 사람을 자신의 몸에 묶은 후 달리면서 끈 자국이 몸에 남긴 것을 말한다. 이것이 없으면 묶은 사람이 느끼는 몸의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연성이 자기 전 이것의 본명을 ‘보람’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의 힘든 일상이 어느 정도는 보상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권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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