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허름한 맨해튼 카톨릭 병원의 응급실 담당 의사 이야기다. 병원 이야기냐고? 맞다. 정확하게는 반만 맞다. 실제 이 소설을 쓴 작가도 레지던트이고, 소설 속 주인공도 레지던트다. 물론 단순한 의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닥터 하우스> 같은 드라마보다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 의사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는데 전직 킬러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마피아의 킬러였다. 그런 킬러가 왜 레지던트로 고생을 하냐고? 그것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FBI증인 보호 프로그램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 킬러가 의사가 되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병원의 현실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새롭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다. 쿡이 병원을 둘러싼 스릴러를 펼친다면 이 작가는 단순히 병원을 배경으로 사용할 뿐 실제 일어나는 일은 킬러의 과거사와 새로운 신분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우리가 잘 몰랐거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소소한 혹은 당사자에게 끔찍한 이야기 거리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끈다. 그는 노상강도의 권총을 가볍게 빼앗는다. 이런 능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위트 있고 냉소적인 문장과 표현들은 단박에 시선을 끈다. 이어지는 병원 이야기는 작가의 이력을 자연스레 떠올려주고, 그 사이사이에 나오는 회상은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왜 킬러가 되었는지, 왜 FBI의 편이 되었는지 알려준다. 이런 이야기가 실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 속에서 시간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과거사는 동시에 어떻게 마피아가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마피아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킬러였던 과거가 알려지기를 그는 바라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긴장감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이력이 다른 조직원에게 들키고 난 후부터다. 다른 조직원에게 이 소식이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 전화 등을 정리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아는 환자가 다른 조직원에게 보험성으로 그의 존재를 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가 바라는 것은 유능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암을 완치한 후 병원을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킬러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더 무서운 것은 그 유명한 의사가 상당히 문제가 많은 의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직 킬러였던 의사는 이 환자를 죽게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결코 죽게 만들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기를 바라지 않는 전직 킬러이자 현직 의사는 본의 아니게 바빠진다. 이렇게 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병원이라는 공간이기에 가능한 수많은 일들로 인해 때로는 헛웃음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황당함을 보여준다. 이미 <닥터 하우스>나 다른 책들을 통해 병원이 얼마나 많은 병균을 환자에게 전염시키는지 알고 있었지만 코믹한 진행과 냉소적인 의학 정보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런 정보들이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의사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덜어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긴장감을 완화시켜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상당히 재미있다.

현재의 에피소드가 조금 가볍다면 그의 과거는 직업처럼 무겁고 날렵하다. 킬러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복수를 통해 킬러가 되었는데 그 사이에 펼쳐지는 활약이 경쾌하면서도 섬뜩하다. 그의 성장과 더불어 펼쳐지는 살인 행각은 정말 악당을 처단한다는 의도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살인이다. 물론 그들이 펼친 악행을 생각하면 그의 활약에 박수를 치고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그가 속한 조직이 저지르는 일을 생각하면 그들과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사실 읽는 동안에 잘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활약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하여 의학과 킬러의 결합이란 신선한 조합을 만났고 예상 이상의 재미를 누렸다. 후반부로 가면서 펼쳐지는 로맨스는 부러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고, 마지막 장면은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피에트로 브라우나의 액션 장면은 스티븐 시걸과 닮아 있다. 주저 없고 파괴적이고 속도감 있는 액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나만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몇몇 잔인한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이번에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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