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남자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손선영 지음 / 청어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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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인 한국 추리소설이다. 백용준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합작-살인을 위한 살인>이 첫 작품인데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이 시리즈에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그리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그것은 아직 이 소설 속에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단상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내용보다 먼저 지명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창원과 김해와 송파구가 작가의 이력 속에 어떤 위치를 차지한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한 남자가 주민 센터에 주민등록을 살리려고 들어간다. 그의 이름은 이지훈이다. 접수를 받은 후 며칠 뒤에 주민등록증을 찾아오라고 한다. 다시 온 그를 보는 여직원의 모습이 불안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는 주민 센터를 도망쳐 나온다. 이런 그를 쫓는 형사가 있다. 그런데 그를 이대형이라고 부른다. 어! 뭐지? 이 차이가 뭘까? 살짝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앞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그가 만난 여직원과 그를 쫓던 형사의 정체가 드러난다. 형사는 백용준이고, 여직원은 그와 선을 본 박미숙이다. 

군대에서 불명예제대한 양 상사가 등장한다. 그는 흥신소 직원이다. 큰 규모가 아닌 사장과 단 둘이 일하는 곳이다. 보통의 삶이 아닌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왜 그가 등장한 것일까? 이지훈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짧게 이런 의문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의 삶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나오고, 과거 김 사장과 함께 한 일에 대한 A/S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여기에 그를 죽이려고 공격하는 이구아나가 등장한다. 왜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물론 공격은 그에게만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은 뒤집어졌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그가 사랑하는 미스 김이 시체로 발견된다. 

백용준은 이대형 때문에 10년 전에 있었던 장대한 사건 관할 김해 경찰서에 자료를 요청한다. 그런데 이 자료를 요청하거나 찾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한 형사가 있다. 황재현이다. 이 소식을 듣고 그는 상사에게 보고 한 후 송파경찰서로 백용준을 찾아간다. 그는 장대한 사건이 완전한 살인사건이라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의혹투성이 사건이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의혹이 생기는 사건이다. 그리고 사실 황재현은 이 소설에서 백용준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한다.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고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지훈이 주민 센터에 주민등록을 다시 살리러 가면서 생겼다. 그를 이대형으로 생각하게끔 모든 전산자료는 바뀌어있다. 지문마저도 변했다. 이지훈의 과거를 보면 분명히 이대형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자료는 그를 이대형이라고 말한다. 이 모순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연쇄반응이 생긴다. 과거 사건을 재조사하는 형사와 이지훈을 찾아 없애려는 살인자와 그 사건과 연관을 가지고 있는 흥신소 사람을 죽이려는 살인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드러나는 관료 행정의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것은 최근에 통과한 전자주민증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시킨다. 행정 편의주의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을 다양하게 등장시키고 사연을 들려준다. 개별적인 사건이 가리키는 지점을 보게 되면 이지훈이 중심에 있다. 이것은 그가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이름과 정보와 원래 실체가 어긋나면서 생긴 문제다. 최악의 상황 중 하나를 가정한 것인데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한 살인용의자를 잡으려는 노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 녹여낸 사회비판과 풍자 등은 날카롭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경찰에게 바라는 바를 적절하게 보여준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앞에서도 썼지만 특정 지명에 눈길이 간다. 아마 내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에 분위기와 사건이 살짝 바뀌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하는데 과연 시리즈 다음 권에서 해결될지 모르겠다. 백용준 시리즈라고 하지만 그의 활약이 미미했던 것도 역시 아쉽다. 사회파 추리소설을 내세우고 출간되었는데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집어넣으면서 약간 혼란스런 부분도 있다. 물론 이 부분이 다른 사건을 일으키고 앞의 사건과 연관성을 가지지만 말이다.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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