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짧은 소설이다. 촘촘하게 편집하면 단편 분량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단편 소설 이상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차분해지고 가슴 깊숙이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단숨에 읽게 되지만 그 사랑 이야기에 잊고 있던 순수함과 열정을 깨닫게 된다. 열 가지 사랑 이야기가 주는 평범하지만 진실한 사랑은 우리가 가끔 혹은 너무 자주 잊고 있던 것들이다. 너무 흔해서 평범하게 느껴지고 소중함을 모른다고 흔히 하는 말처럼.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별을 말할 때 평소 너무 인색했던 그 단어가 왜 그렇게 가슴에 와 닿던지 모르겠다.

첫 장에 가위소년이 나왔을 때 조금 섬뜩했다. 2차 대전 다음 해인 1946년을 배경으로 했기에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희생자라는 단어가 즐겨 읽던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 조성한 모양이다. 하지만 희생자는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이 입고 있던 옷이다. 옷도 전부가 아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각 별 모양으로 오려낸 것이다. 살짝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든다. 희생자가 한 명씩 더 늘어나면서 이 사건은 프랑스의 자그마한 도시 슬롱스빌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추위를 막아줄 얼마 안 되는 옷가지를 잃을까봐서.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과 전후 물자부족과 궁핍한 경제생활 등을 말이다.

왜 이렇게 손바닥만 한 옷자락을 자르는 것일까? 이 의문은 바로 밝혀진다. 섬뜩함도 잔인함도 악의에 찬 행동도 아닌 한 소년의 순수한 사랑 때문이다. 이 괴이한 사건의 범인은 슬롱스빌 시립 고아원에 살고 있는 미셸이다. 그는 같은 고아원의 소녀 에리를 사랑한다. 이 둘의 사랑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나 꼭 붙어 다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더 놀랄 정도다. 그런데 어느 날 에리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병의 원인도 모른다. 현대 의학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코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미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때 어두컴컴한 아케이드 아래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초라한 할머니를 만난다. 

슬프고 절망에 빠진 그가 이 불쌍한 할머니에게 일주일치 양식 값인 1프랑을 준다. 에르미니아 할머니는 그의 슬픔을 읽고 그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는 사랑하는 에리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할머니는 에리의 병이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라고 말한다. 사랑 결핍을 치료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서로 다른 아홉 가지의 사랑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서 그 사람들 모르게 옷을 별 모양으로 오려야 하는 것이다. 이 아홉 조각을 꿰매서 별이 가득한 심장을 만들어 에리에게 주면 된다. 여기에 열 번째 비밀의 별이 더해져서 에리를 낫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가위소년이 탄생했다.

아홉 가지 사랑을 찾아 떠난 소년에게 진실한 사랑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녀 간의 사랑이 비교적 쉽게 보인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녀가 너무 쉽게 싸운다. 그들 옆에 기묘한 한 쌍의 남녀가 앉아 있다. 여자는 아주 추한데 남자는 굉장한 미남이다. 이 묘한 연인들의 사랑스런 모습을 보면서 의문을 품는다. 여자가 엄청난 부자일까? 그 옛날의 농담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그 비밀은 곧 밝혀진다. 남자가 맹인이다. 이 둘은 외모의 벽을 허물고 자신들이 찾던 왕자와 공주를 발견한 것이다. 미셸은 완벽한 한 쌍의 사랑을 찾았다. 이렇게 소년은 사랑을 하나씩 발견하고 깨닫게 된다.

이어지는 사랑은 오래 지속되는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책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등이다. 이 사랑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별 모양의 옷자락을 오려내는 미셸의 모험은 한 소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러브스토리다. 그 마지막 완성은 별이 가득한 심장을 들고 찾아간 에리의 병실에서 “사랑해, 에리.”라고 말할 때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모두 읽은 지금도 이 단어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나의 사랑이 부족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사랑해’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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