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악몽 시리즈 2편으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다. 첫 작품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연극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악몽의 관람차>는 정말 멋진 구성과 재미로 이 작가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읽은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조금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 황당함은 의도적인 것이지만 3류 포르노 소설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어 놀랍다. 이어서 하나씩 나오는 비밀과 설정과 전개는 그 황당함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놀랍고 신기하고 황당한 전개와 용기다. 그런데 이런 황당함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순간 과연 어디까지 갈지 기대하게 된다.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은 붕괴 직전의 오노다 가족들이 가족여행을 가던 중 탄 차가 사고 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고, 다음은 그 후 그 가족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사고 장면에서 시작하여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오노다 가의 가정교사를 하는 한나에게로 금방 넘어간다. 한나는 혼혈에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학생인 열일곱 살 아유무가 요구한다고 그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한 번의 관계는 협박 등으로 두 번으로 이어지고 일상으로 변하는 지경까지 도달한다. 이때 아유무가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가 여대생에게 실연을 당했는데 위로차 가족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엥! 그것도 엄마가 주도해서 말이다. 도대체 이 가족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황당함 그 자체다.

아버지 겐키, 어머니 치사토, 누나 유비코, 아유무, 한나까지 다섯 명이 한 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 목적지는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가 있는 곳이다. 이 여행을 가는 도중에 이 집안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치사토의 위선적인 행동과 유비코의 놀라운 살의와 함께 돌출되는 행동까지. 모녀 사이에 맺어진 협정을 통해 이 여행의 목적이 드러날 때 황당함은 섬뜩함으로 변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섬뜩함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그가 바로 유비코의 세 번째 남편 구루마다 마사오다. 그의 등장은 유비코에 의해 의도된 것이지만 사고는 그의 과도한 열정에서 비롯한다. 그도 오노다 가족 이상의 폭주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평범이란 단어를 적용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숨겨진 의도가 곳곳에 깔려 있고, 그 의도와 행동은 일반적인 예상을 초월한다. 또 작가의 특기인 무의미하게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설정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단순한 우연처럼 보였던 만남이 의도된 것이고, 그 의도는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폭주가족이란 설정을 하면서 막장 가족의 진수를 보여줄 작정을 한 듯하다. 그리고 실제 이것을 이야기 속에 구현하면서 마지막까지 황당함을 뛰어넘는 웃음을 준다. 

앞부분에 나오는 이 막장 가족의 속내가 불편했다면 뒤에 나오는 폭주 가족애는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다. 무책임하고 난봉꾼인 아버지 겐키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뭉치는 모습은 공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일지도 모르지만 가족 구성원들 가슴 한 곳에 잠재되어 있던 감정을 끌어내놓은 것이다. 구루마다와 유비코의 일탈과 폭주하는 관계는 소설 후반부의 재미를 책임지는데 순수한 집착이 폭력으로 발전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잘 그려낸다. 거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는 역시 황당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변하지 않는다. 이 폭주가족의 황당한 속내와 행동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사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한다. 읽게 되면 이해할 것이다. 악몽 시리즈가 3부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머지 한 편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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