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6
김종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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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벌써 5권이나 나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사실 첫 권이나 두 번째 권이 나왔을 때만 해도 곧 끝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협소한 장르문학 시장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리 장르도 고전을 하는데 공포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일단 다음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이번 단편선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낯선 작가들이 많이 나온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풀어내는 힘이 전작들에 비해 약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기에 가능한 것이다.

모두 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늘 평균 이상을 보장하는 김종일의 <놋쇠 황소>는 굉장한 긴장감과 힘을 보여준다. 영화 <올드 보이>의 한 대사로부터 시작하여 학창시절 피해자였던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해자가 편히 잔다는 속담을 뒤집어 보여주면서 풀어내는 학창시절 잔혹사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마지막 복수의 장면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명희의 <늪>은 고문기술자를 화자로 내세웠다. 80년대 암울했던 현실을 대공 고문실의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되살려준다. 연쇄살인사건을 겉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이야기는 고문을 가하는 자의 시선을 담고 있고, 역사의 한 순간과 어두운 결과가 가슴 한 곳을 묵직하게 만든다.

이종권의 <오타>는 공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포영화의 공식을 빠르게 답습하는 듯하여 더욱 그렇다. 장은호의 <고치>는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전개라 아쉬움을 준다. 좀더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긴장감을 하나씩 높여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류동욱의 <시체X>는 기차에 몸을 던진 시체의 정체에 대한 궁금점을 잘 다루고 있다. 시간과 환상이 뒤섞여 있는데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조금 약하다. 모희수의 <기억변기>는 이미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SF문학에서 다룬 소재를 공포와 연결시켰는데 역시 결말이 쉽게 예상된다. 화자의 변화를 좀더 깊숙하게 다루었다면 익숙한 소재를 뛰어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임태훈의 <네모>도 역시 낯익은 SF 설정이다. 서울에만 나타난 알 수 없는 존재를 다루고 있는데 요즘 펼쳐지고 있는 개발독재에 대한 문화 비판적 성격이 강하다. 네모로 불리는 물체의 등장과 사람들의 변화를 좀더 유기적으로 다루고 분량을 늘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엄길윤의 <벗어버리다>도 현대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옷의 반격으로 볼 수도 있는데 공포가 약하다. 황태환의 <살인자의 요람> 역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갇힌 곳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서운 현실은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이종호의 <오해>는 제목처럼 나 자신도 이야기의 전개를 오해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해가 어떤 결과를 유발하는지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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