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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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노인의 전쟁>을 샀다. 언제나 처럼 사둔 뒤 읽지 않았다. 이번 책을 읽기 전 시리즈 전편을 읽고자 했는데 책이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유령여단>을 먼저 읽었다. 보통 때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전편을 찾아 읽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이 작품을 먼저 읽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펼쳐 읽기 시작했고, 광대한 우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 앞쪽에 <노인의 전쟁> 줄거리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상당히 불만이다. 아직 전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의 주인공인 존 테리가 이번엔 직접 나오지 않는다. 이런 점이 아마도 이 소설을 먼저 읽어도 전체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많은 설명들이 나중에 <노인의 전쟁>을 읽을 때 그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읽는 순서가 바뀔 때 주는 이득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다음 이야기와 앞 이야기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와 동시에 이번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뇌도우미란 존재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전뇌를 연상시켰다. <공각기동대>가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소설 곳곳에 일본 문화의 흔적이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작가도 곳곳에서 sf 걸작들을 말하면서 그 영향을 말한다. 다행히 읽은 책들이 많아서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많다. 

뇌도우미란 존재보다 인간의 의식 혹은 기억 등을 물리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이것은 이미 <공각기동대>에서 다루어진 것이지만 인간의 존재 가치를 생각할 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철학적 물음을 던지면서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를 다룬다. 그것은 DNA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재러드 디랙도 바로 그렇게 탄생한 인물이다. 특수부대용으로 만들어진 육체에 부탱의 의식을 집어넣어 그가 만들어졌다. 그가 만들어진 목적은 부탱을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아무리 의식을 이식받았다고 하여도 단숨에 모든 기억을 되살려 그의 추적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그에게 스트레스를 가하고, 억압된 상황과 부탱의 기억이 만나는 곳에서 그 흔적을 찾고자 한다. 

이 시대 특수부대용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의 능력은 대단하다. 뇌도우미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보통 사람이 수십 년을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을 며칠 만에 익힌다. 이미 육체적으로 성인의 외형을 갖추었고, 능력은 유전자 조작으로 강화되어 있다. 뇌도우미는 필요한 자료를 무수히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뇌도우미는 특수부대원 사이를 통합시키면서 유대감을 높여주고, 생각만으로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이런 능력은 전투능력을 극대화시키고, 각 발육한 그들의 경험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뒤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지만 말이다.

밀리터리 SF소설의 재미를 어느 정도 간직하면서 뇌도우미란 설정을 통해 과학적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런 어려운 질문을 뒤로 두고 이야기에 집중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다. 음모가 중첩되고, 특수부대의 전투가 긴박한 액션과 속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려운 개념과 설정이 초반에 약간 진도를 더디게 만들지만 재러드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펼치면서 집중도와 가독성이 높아진다. 작가가 만들어낸 무기와 도구들은 머릿속에서 어떤 것일까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고, 광대한 우주와 외계인의 낯선 모습은 이전에 본 SF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게 만든다. 빨리 <노인의 전쟁>을 찾아서 읽고, 다음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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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9-08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제 하드SF 라고 하는 제임스 호건의 '별의 계승자' 를 재밌게 읽고났더니 이런 책이 또 끌립니다. 이 책도 좋아할만한 내용인것 같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