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3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언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크고 작은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욕망과 수많은 의지가 충돌하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일들 중 일부는 마코토가 찾아낸 것이고, 일부는 사건 때문에 그를 찾아온 것들이다. 이번에 펼쳐지는 네 건의 사건들은 욕망과 이익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에는 G보이스의 황제와 함께 많은 활약을 펼친다.

표제작 <뼈의 소리>는 말 그대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소리가 뭔지 물으면서 시작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그리고 공원에서 노숙자를 공격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불만을 노숙자에 대한 공격으로 풀려고 하는 아이들의 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사건들 속에 특이한 것이 있다. 노숙자들의 뼈를 부러트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전작처럼 범인은 쉽게 짐작되지만 인간의 가진 욕망이 빗나갈 경우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알려준다. 하지만 이 놀라운 사건보다 씁쓸한 것은 꼬맹이들의 폭력이 사건 해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 일번가의 테이크아웃>은 한 소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엄청난 글래머에 매춘녀다. 그런데 그녀가 일하는 곳은 외국인들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녀가 몸을 파는 것을 이 지역을 장악한 야쿠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불법인 매춘을 경찰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마코토는 엄마의 힘을 빌린다. 상가번영회 사람들이 동원되어 그녀를 도와주려고 나서는데 아주 단순하지만 대단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계를 위해 몸을 팔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아픔이나 현실을 외면하고 전시행정으로 숨겨진 매춘처를 발견했다고 홍보하는 경찰과 기자들의 눈 가리고 아웅거리는 현실이 먼저 생각났다. 

지역 통화권을 다룬 <황록색 하느님>은 현실 그 뒤에 숨겨진 욕망이 의욕적이고 거대한 기획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여준다. 이케부쿠로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통화 파운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잘못된 시작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처음엔 단순히 위조지폐 문제였지만 뒤로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잘못된 시작해서 비롯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화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신뢰는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리고 한때 우리나라에 범람했던 수많은 상품권들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 이야기 <한여름의 광란>의 분량이 가장 많다. 다루고 있는 소재는 레이브 파티와 마약이다. 일단 마약이라고 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한국의 현실에서 마약을 한 채로 레이브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대마초와 담배 중 어느 것이 더 사람에게 나쁜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그 외 다른 마약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매체를 통해 보았기에 현행법 상 마약으로 불리는 것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이 두 소재를 하나로 묶고 있다. 레이브 파티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가벼운 마약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네이크 바이트’로 불리는 마약이 등장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 마약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가벼운 마약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이 마약을 가볍고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역시 마약은 마약이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마코토의 로맨스도 파티의 열기와 더불어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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