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전작 ‘웃음의 나라’에서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번엔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를 좋아하는 여성이 나온다. 또 하나의 책을 둘러싼 이야기로 진행된다. 첫 두 작품이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전작이 판타지 같은 전개로 간다면 이번엔 좀더 스릴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지속되거나 피가 튀는 스릴러는 아니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무얼까? 삶? 직업? 무엇이든지 간에 베스트셀러 작가 셈 베이어는 평소 쓰던 글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던 어느 날 떠오른 하나의 기억에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바를 찾아낸다. 15살의 어린 그가 발견한 시체에 대한 것이다. 시체는 첫사랑이자 우상이었던 폴린이다. 그녀를 실제로 죽인 자는 누구인지 의문을 가지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하나의 기본축이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팬이자 연인이었던 베로니카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또 다른 축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처음부터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범인 찾기에 집중하기보다 크레인스뷰의 과거를 현재에 풀어낸다. 샘이 어린 시절을 보낸 크레인스뷰는 현재도 큰 변화가 없다. 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중요한 것들이 남아있는 한 그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상이었던 폴린을 조사하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드러난다. 복잡했던 남자관계와 죽음을 둘러싼 여러 용의자가 나타난 것이다. 범인으로 지적되어 감옥으로 간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용의자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작가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시키고 다른 살인자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살인자의 정체는 무얼까? 왜 그는 그녀를 죽인 것일까?   

 

 또 다른 흥미꺼리인 베로니카의 정체는 양파와 비슷하다. 하나의 사실이 드러나면 과거 속에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아프리카 봉사자의 모습에, 포르노 배우의 모습에, 자살집단에 가입하여 활동한 전력까지 다양한 과거가 나온다. 하지만 그 모습 넘어 뛰어난 조사 실력은 샘이 과거를 추적하여 진실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거기에 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독자의 시선을 잡고 범인에 대한 윤곽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그녀가 폴린으로 분장한 모습은 샘에게 환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비틀어놓게 만들면서 샘의 진실을 조금씩 노출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 범인을 쫓는 주인공을 염두에 둔 사람은 약간은 느슨한 전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시각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고자 하는 독자에겐 좋은 선물일 것이다. 진실은 찾는 자에게 드러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실은 아픔을 줄지 모르나 그 사건을 정확히 아는데 필수적이다. 그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잔혹하고 아팠지만 그 이후 삶은 아마 평온하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