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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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소설이다. 설정 자체가 잔혹함의 극치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란 가정조차 싫지만 현재 우리는 은밀하게 즐기고 있다. 그 강도나 방식에서 차이가 날뿐이다. 아니라고? 그럼 우리가 매일 시청하는 뉴스나 정보를 생각해보라. 살인과 온갖 비극적인 일들로 가득하지 않는가? 연쇄살인이나 인종청소라고 말해지는 대학살에 모든 언론과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가? 물론 심한 비약일 수도 있다.  

 

 황산이라는 제목만 생각하면 먼저 중국의 산 이름이 떠오른다. 여행 상품으로 많이 다루어지고 중국에 패키지여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산의 산은 뫼산이 아닌 초산 자였다.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책을 보는 내내 궁금하였다. 그 호기심의 결말은 마지막에 나오는데 약간 황당한 마무리라고 해야겠다. 집단수용소와 방송국과 시청자들의 연결고리가 일순간 깨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마무리를 했는지도 궁금하여 지는 지금이다.  

 

 소설 내용은 방송국에서 집단수용소를 지어놓고 2차 대전 당시처럼 카포 역을 할 사람을 선발하고, 수용소에 수감될 사람을 뽑아 텔레비전으로 방송한다는 것이다. 집단수용소에 가두어진 사람들은 부족한 식량과 강제노역으로 여위어가고 카포는 죽을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즈데나 카포와 수용소번호 CKZ114로 명명된 파노니크라는 아름다운 포로를 등장시켜 갈등과 광기 속의 사랑과 인간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파노니크는 아름답다. 우아하다. 시청자도 즈데나 카포도 그녀에게 매혹되어있다. 작가는 대부분의 묘사를 파노니크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사건이나 전개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말이 표현된다. 그녀가 보여주는 헌신적인 희생은 같은 조 사람들에겐 초콜릿을 의미하고, 시청자에겐 극 속 영웅으로 나타난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해 올라가는 시청률을 생각하면 방송제작자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청률 메이커일 것이다.  

 

 

 끔찍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그 전개나 마무리가 그 설정을 넘어서지 못했다. 파노니크와 즈데나의 관계나 파노니크가 속한 조원들의 대화와 갈등이나 집단수용소와 그것을 보는 시청자의 관계를 심층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도 그려내지 못한 것이다. 책의 분량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아쉬움을 남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교는 변함없이 재미있지만 그 깊이를 그려내기엔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런 부분이 혹평과 옹호로 나누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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