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Space Fantasia (2001 야화) 01 2001 Space Fantasia
호시노 유키노부 글.그림, 박상준 감수 / 애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아라비안나이트>를 조합하여 제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번째 밤은 아서 C. 클라크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인류의 우주로의 비상을 다루면서 차근차근하게 한 발을 내딛어 나간다. 그 과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전체적인 구성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독립된 별개의 이야기처럼 나아가지만 끝에 도달하면 다시 앞에 나온 에피소드를 돌아보게 된다.   

 

 각 장 제목은 서양 SF고전 등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알고 있는 제목은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연 그 소설들과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고, 각 단계에서 다음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임을 암시한다. 그 가운데 펼쳐지는 과학 지식이나 광대한 상상력은 놀랍고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이 만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다섯 번째 밤의 <스타차일드>다. 어린 시절 이것과 비슷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새로운 우주로 가는 기술이 현재의 단계에서는 속도가 너무 더뎌 어린 남녀를 태워 보낸다는 설정이었다. 이 만화에선 로빈슨 가의 정자와 난자를 우주선에 실고 가면서 아이들을 탄생시켜 목적지인 행성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행성에 도착한다. 이 단편만 보면 새로운 환경에서 만들어질 인류의 시발점을 보는 것 같지만 다음 이야기를 위한 조그마한 시작일 뿐이다.  

 

  1권에서 인류의 우주 진출을 다루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면 2권에서 본격적인 대도약이 이루어진다. 기술발전에서 시작된 시간을 앞지르는 여행은 가슴속 깊은 곳에 강한 울림과 여운을 남기고, 미지의 공간을 향한 인간들의 도전과 모험은 각각 다른 곳에서 위험과 경이로운 현상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제 작가는 중력을 벗어나 저 넓은 우주로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3권에선 다시 인간이란 존재로 돌아오면서 상상력을 더욱 높이고, 가슴 아린 사연을 만들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한다. 그 중심엔 스타차일드들이 있다. 
 

400백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다룬다. 이 속에 인류의 철학과 종교를 비롯하여 욕망과 모험과 사랑을 풀어놓았다. 하룻밤이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책에서 눈길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각각의 밤들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예전에 읽은 많은 SF소설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기억과 추억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결합한다. 25년 만에 정식 출간되었다는데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오랜만에 책소개 글에 나오는 광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만화도 그렇다. SF소설이나 영화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해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거대한 상상력만 있다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것은 스무 밤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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