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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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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의 고전이라고 뒤표지에 나와 있다.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소설이다. 일본에서 발간될 당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는 글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교사의 추천사를 보면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한 모양이다. 홍보가 부족했거나 책이 너무 두꺼웠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총 5부로 되어 있는데 1권이 2부까지만 다루고 있고, 이 같은 분량의 책이 두 권 더 남은 것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그렇지만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2권이 읽고 싶어질 것이다.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1권의 제목은 세 어머니다. 주인공 지로에게 세 명의 어머니가 있다.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 오타미, 자신의 젖을 먹이며 키운 유모 오하마, 생모가 죽은 새엄마로 들어온 오요시다. 생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유모 오하마에게 아이를 맡긴다. 아이의 첫 인상을 보고 유모는 첫 째 교이치를 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상황이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키운 아이가 지로인데 젖을 먹이고 키우다 보니 정이 생긴다. 이후 말썽장이 지로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아 붓는 존재가 된다. 그녀는 지로가 생모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성장을 측정하는 가늠자가 역할을 한다.  

 

 생모 오타미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자 사무라이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녀의 교육관은 냉철하고 이성적이다. 하지만 어머니란 존재에서 느낄 수 있는 자애로움과 따스함이 부족하다. 자신의 젖으로 키우지 않고, 자란 후 데리고 가면서 지로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자신의 이성에 부합하지 않아 지로와 충돌을 일으킨다. 그녀는 어른의 잣대에서 아이를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하길 바란 것이다. 이런 감정이 서서히 깨어지고 무너진 것은 그녀가 병이 들면서 이성이 조금씩 감정과 결합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녀에 대한 지로의 이미지는 처음의 보기 싫고 두려웠던 어머니에서 관세음보살처럼 인자한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새 엄마 오요시는 자신이 지닌 우유부단함과 용기 부족으로 자신도 모르게 지로와 벽을 쌓아간다. 지로가 오요시의 아버지인 오마키 노인와의 만남을 통해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지만 혼다 가에서 할머니의 기세에 눌리면서 감정을 숨기고 현재에 그냥 눌러 앉게 된다. 아이의 껍질을 벗고, 소년으로 성장하던 지로에게 안락한 가정과 편안함을 주기보다 고민거리를 더 얹어준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오마키 노인과 데쓰타로는 혼다 가와 외가에서 받은 부자연스러움을 털어내고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세 어머니란 부제가 있지만 사실 이 세 여인보다 지로의 일상과 그 일상을 통한 조그마한 변화들을 쌓아올리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지로의 감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더디고, 어떤 점에서는 섬세하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아이의 감정이 표현되는 곳에선 나 자신도 잠시 아이가 되고, 그런 아이를 다시 어른의 시선에서 보게 된다. 이런 시선의 교차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시에 보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장점이다. 물론 가끔은 아이나 소년의 행동이 어른의 사고에서 비롯한 듯한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지로의 행동과 생각들은 그만의 것이 아닌 그와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와 가족과 선생님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직 어린 지로의 시절을 다루다보니 실수도 많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또 개구쟁이처럼 친구나 친척들과 돌아다니며 활기차고 즐겁게 노는 모습이나 친구 누나에 대한 앳된 감정은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가끔 기특한 행동을 할 때면 이제 의젓해진 그를 만나지만 금방 철부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실패와 실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그를 보면 이 소설이 소걸음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직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떤 식으로 나올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한 소년의 성장을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천천히 들여다 보게 되고, 동시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감동을 주기 보다 사실적인 성장소설을 원하거나 아주 긴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른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규정한다고 믿지만 어른들의 세계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이다.”(6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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