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러블리
강서재 지음 / 예담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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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대만 작가 왕원화의 소설 느낌이 나기는 하였지만 방송작가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재미있는 문장과 전개가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곳곳에 화를 돋우는 문장들이 나온다. 아마 내가 남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주변에 책에서 묘사한 여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지극히 뉴욕과 명품을 외치는 그녀에게 많이 질린 것도 사실이다.

 

남자들 거의 대부분이 쭉쭉빵빵한 여자들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약간 마른 여자를 더 좋아한다. 가슴이 빵빵한 여자들이 시선을 잡아끌지만 사귀고 싶은 마음은 많지 않다. 음! 조금은 거짓말이 섞여있는 글인지도 모른다. 취향이 변한 탓도 있지만 요즘은 가슴 큰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말한 정신을 놓고 헤롱거릴 정도는 아니다. 지극히 피해망상에 가까운 표현들이 아닌가 한다. 뭐 나도 가끔 콤플렉스를 느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가? 장동건을 보다보면 뻑이 가는 여자들이 이해가 되고 나 자신도 그넘의 미모를 부러워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길을 가다보면 잘생기고 이쁜 애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나의 곁에 왜......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이 소설도 과하기에 충분한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여자들이 열광하는 명품이라는 고가품에 환장을 하거나 영화 속의 돈질에 푹 빠져드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생각은 없다. 남자들도 누구나 정신을 잃는 판타지가 있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작가가 대부분의 여자들의 생각인 것처럼 표현한 것에 거부감이 생긴다. 카드연체나 명품에 환장하여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까지 몰리는 것을 당연한 직장 여성들의 생활처럼 묘사한 것에는 나의 주변에 건실하게 돈을 모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모독처럼 느껴진다. 아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방송계이고 자신의 주변인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세 5백에 월20만원의 도시빈민이라는 표현에서 다시 한 번 열을 받았다. 옷장 가득 명품으로 채워놓고 혼자서 살아가는 그녀가 진정한 도시빈민을 겪어보기나 했을까?

 

끊임없이 나오는 ‘섹스 앤 시티’에 대한 열망과 추종은 현대 한국 여성들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어준다. 브런치와 아점이 다른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여기에 나의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돈 많은 여자의 게으른 일상을 묘사한 광고나 선망은 역시 짜증나는 대목이다. 아마 이런 나의 감정이 얼마 전에 읽은 왕원화의 소설 탓도 있을 것이다. 그의 책에서 보여준 여자에 대한 구분이나 연애 등이 이 소설에서 본 것과 유사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의 일부분을 날카롭게 비틀어 풍자하면서 현실의 실체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 가득 담겨있는 열망과 바람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주지 못한다. 한 번 가볍게 읽고 치워버려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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