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유쾌하다. 곳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위트와 풍자는 읽는 재미를 준다. 실직한 남편을 둔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그려내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아! 물론 실직한 남편이 현재 한국처럼 38선이나 사오정은 아니다. 59살에 출판사 사장자리에서 쫓겨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말해지는 당신은 당연히 그의 아내이고, 그녀는 스릴러 작가다.

 

아직 그 나이가 되려면 한참 남은 내가 노년에 뭘하고 지낼까 고민하면 당연히 책읽기와 여행이 이미 답으로 나와 있다. 나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집에서 책을 읽고 여행 다닐 계획을 짜는 나를 보면 아마 나의 아내가 집에서 평화롭게 지냈다면 내가 있는 것이 좋은 순간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면 화를 내고 힘겨워할 것이다. 남편 밥 챙겨줘야 하고, 생각하지 못한 빠른 노년 생활에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견디지 못할 것이다. 책 속처럼 이것저것을 권하겠지만 갑자기 직장을 잃은 남편이 의욕이 쉽게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아참! 아직 나는 아내가 없는 노총각이다.

 

한 기업의 사장으로 살면서 누리는 혜택이 사라지는 순간 이 소설의 당신은 남편의 실직에서 오는 남편의 상실감보다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더 못견뎌한다. 운전수가 딸린 차와 넓은 아파트를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변화다. 집을 이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전쟁이고, 이 전쟁에 남편은 거의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집을 찾는 것도, 이사를 준비하는 것도, 이사를 하는 것도, 이삿짐을 정리하는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나 이기적이고 현실에 대한 감이 없는가?

 

남편이 실직 후 처음으로 한 일이 마트에서 장보기다. 이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그 어려움을 모른다. 흔히 목록을 적어서 충동구매를 줄여라 하지만 마트에 강림한 지름신은 이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또 그는 불행하게도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목록도 보지 못하고, 처음으로 혼자 물건을 사러 온 그가 할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불필요한 충동구매와 계산대의 흐름 잘못읽기와 주차된 차 찾기 등등 초보들이 늘 겪는 어려움들이 벌어진다.

 

남자의 이런 행동과 심심함은 아침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가는 그녀에겐 엄청난 피해다. 몇 가지 권하지만 그는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한다. 그리고 그에게 맡겨진 몇 가지 일들은 황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손자와의 하루보내기에서 뱀을 사서 딸네로 보내고, 취미로 시작한 요리는 비만으로 건강에 적신호를 가져오고, 마지막엔 골프를 시작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 얼렁뚱땅한 남자에게도 몇 가지 쓸모는 있다. 회사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갈고 닦은 협상과 협박이 그것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자동차 접촉 사고 등이 그것인데 이때 그의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여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 모든 유쾌함의 중심에는 당신이 있다. 아직도 남편의 미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남편이 개에게 더 정성을 쓴다고 삐치고, 남편의 엄청난 선물에 당장 과속으로 차를 몰고 달려가는 당신의 모습에 “약한 자의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문구를 생각하게 된다. 또 가끔 나오는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프랑스에 대한 비평과 풍자는 웃음을 자아내게 되고, 당신의 행동은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약간은 가볍지만 좌충우돌하는 행동과 모습을 보다보면 즐거움으로 미소를 살포시 짓는 나를 본다. 그렇게 많은 돈을 사용했는데도 아직도 돈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이 부부가 보여주는 행동은 정말 못 말리겠다. 한국의 다른 작가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본 듯한데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가끔 이런 소설은 현실에 대한 멋진 코미디로 즐기기에 딱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