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 피카소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외국편 4
염명순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재미있다. 미술에 대한 나의 안목이 형편없음을 감안해도 재미있다.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림들도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피카소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고,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화가 피카소로 다가가는 길을 열어놓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무지했던 나의 지식과 착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쉽게  쓴 이 책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이라는 제목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20세기에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화가였던 그에 대한 나의 인상은 입체파라는 것과 ‘아비뇽의 아가씨들’ 등으로 표현되는 몇 작품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 우리가 흔히 보아온 그림과 유사한 그림을 잘 그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진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나 체계적으로 인식한 것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는 대표작 몇 개로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읽다가 만나는 그림들은 이 작품도 그의 것인가? 하는 놀라움을 만나게 된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자주 보고, 눈에 많이 익은 작품인데 한 번도 피카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마 똑같은 작품도 많이 보았을 것이고, 비슷하게 그려진 그림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가는 기억하지 못하는 짧은 나의 기억력을 탓해본다.

 

책은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자서전으로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말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그림과 인물들에 대한 감정을 잘 느끼게 한다. 작가는 가능하면 피카소라는 인물에 덧씌워져 있는 거품을 제거하고 화가라는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피카소에 대한 입문서로 딱 좋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런 균형 감각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니라면 초보가 느낀 감정이니 양해하고 무지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인간 피카소가 아닌 화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림에 집중하였기에 읽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지만 풍부한 화보와 그에 곁들여진 설명으로 그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물론 아직도 그의 대단함에 내가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다. ‘완전히’가 아닌 것은 이해의 폭이 깊지도 넓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몇몇은 머릿속은 이해했지만 마음이 가지 않은 것도 많다. 취향의 문제라고 해도 될 부분이지만 굳어진 마음 탓도 있지 않을까 한다.

 

화가 피카소만 생각하다 놀란 것 중 하나가 주변에 흔히 보는 사물을 가지고 만든 ‘황소의 머리’다. 자전거 핸들과 안장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그는 멋진 말을 한다. ‘나는 찾지 않는다. 나는 발견한다.’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말이고 행동이다. 또 하나 새롭게 본 것은 한국 전쟁에 대한 작가의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게르니카’는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같은 미군의 신천 학살을 다룬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 그 시대에 이 그림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무리일 수 있기도 하지만 학교 미술 교육의 부실을 또 탓해본다.

 

소설가들의 산문집을 보거나 미술가에 대한 해설서나 평전 등을 보다보면 늘 만나게 되는 것이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을 만나게 되면 기억해 두었다 그의 작품이나 그림 등을 주시하는데 이번에 만난 인물은 세잔이다. 역시 세잔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다. 하지만 피카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현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고 할 정도라면 그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요 근래 미술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읽을수록 빠져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기억력이 딸려 휘발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도 최소한 읽는 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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